한국서만 진행되는 바이오주 고공행진…"당국 관리 필요"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최근 중소형주 시장을 이끌어온 '바이오 버블'이 곧 붕괴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바이오 장세가 '머니 게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고 있는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이 붕괴하면 과거 정보기술(IT) 버블보다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평가된 업체들도 있지만 많은 업체가 체력보다 기대가 현저히 앞선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고 있다"며 "바이오와 전혀 상관없는 업체들이 바이오 사업을 추가하고 인력을 확보해도 어김없이 주가가 고공 행진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코스닥과 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들의 지난해 11월 이후 주가 상승률 30개 상위업체 중 약 80%가 바이오 업체다.

수익률 순으로 보면 필룩스(823.7%), 에이프로젠 KIC(659.6%), 폴루스바이오팜(611.1%), 인스코비(600.6%), 바이오닉스진(582.3%), 삼일제약(538.1%), 나노메딕스(534.0%), 동성제약(520.9%), 컨버즈(498.7%), 안트로젠(484.3%) 등이다.

최근 코스닥 대형 바이오주의 단기 버블화 가능성에 대해 경계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는 여러 차례 나왔으나 중소형주 중심의 '붕괴'가 거론된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 지난 1월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주 주가 경로를 '민스키 모멘트'의 일반모델과 비교하며 "최근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 조정이 코스닥 바이오의 '민스키 모멘트'의 현실화 가능성을 암시하는 전조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깊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민스키 모멘트'란 경제적 안정에 도취돼 리스크에 크게 둔감해졌던 이들이 투기적 차입을 늘려가다 어느 순간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우량자산 투매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바이오주의 고공행진이 한국에서만 진행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바이오 시장 지표인 나스닥바이오지수(NBI)는 지난 1년간 8.8% 오르는 데 그쳤고 그나마 올해 들어서는 1.4% 하락한 상태다. 반면 국내의 KRX헬스케어 지수, 코스닥 제약지수는 지난 1년간 각각 96.5%, 123.3% 급등했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벤치마크(BM) 기준으로도 한국 바이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국내 바이오 종목들의 주가를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현재의 중소형주내의 바이오 장세가 정당성을 가지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에서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진행되는 중소형주 시장내의 바이오 버블은 과거 IT버블보다 사회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인 여파가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버블 붕괴로 인한 사회적인 논란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김 연구원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으로 코스닥 지수가 오르는 결실을 얻었지만 지수 상승은 바이오 기업의 무차별적 주가 급등에 기인해 지속 가능성이 작다"며 "지나치게 부풀려진 기대는 반드시 그 이상의 고통을 수반한다. 당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티는 끝나간다. 이제는 非바이오주들 중에서 건전한 성장을 하는 중소형주들로 바구니를 채워갈 때"라며 "벤처가 바이오벤처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