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5000만원 셀프후원' 위법 판단…靑 인사실패 논란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금융감독원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하겠다'던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기세는 '14일 천하'로 끝났다. '5000만원 셀프후원'이 김 전 원장의 발목을 잡았다.

1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김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가 김 전 원장과 관련해 제출한 4가지 질의 사항 중 하나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 판단이 나온 것을 따른 결정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서면 메시지를 통해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판정이 있으면 사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관위는 이른바 '5000만원 셀프후원' 의혹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016년 19대 국회의원 시절 민주당 '더좋은미래' 연구소에 월 20만원의 회비를 내다가 임기 만료 직전 5000만원을 기부해 셀프후원 논란을 빚었다.

이에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시민단체 등의 구성원으로서 종전의 범위 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같은 법 113조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전 원장은 취임 14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역대 최단 기간 금감원장 재임기간을 기록하는 불명예도 얻게 됐다.

지난 2일 취임식에서 "금융감독원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하겠다"며 '저승사자'가 아닌 조력자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던 그의 호기로움도 '5000만원'에 무너졌다.

흔들리는 금융감독원. <뉴스1>

김 전 원장에게 향했던 화살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김 전 원장이 내정된 이후 피감기관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 여비서 고속 승진 논란, 정치자금 '땡처리' 의혹, 고액 강연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음에도 "사퇴는 없다"며 김 전 원장을 감싸는 행보를 보였다.

통상 인사 검증은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하는데 16일 선관위의 위법 판단이 나올 때까지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인사 검증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해임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조 수석은 김 전 원장의 인사 검증 당시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의 사퇴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책임론이 거세게 대두되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왜 민정수석실에서 김 전 원장의 위법 의혹을 판단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김 원장 임명 당시엔) 민정 설문지에 정치자금 처리에 대한 항목이 없었다"며 다소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선관위가 이날 '위법' 판단을 한 기준이 당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증하지 않은 것일 뿐 부실한 검증은 아니라는 얘기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선관위에 김 원장의 거취를 맡기도록 한 점도 '인사 책임론'을 비껴가기 위함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피해갈 수 없다.

야당은 '인사 참사'로 규정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권에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론을 들고 나섰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조국 민정수석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부적격자임이 판명됐다"고 밝혔다.

한편 전 원장의 사퇴로 후임 금감원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기식보다 더 '강력한' 인물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최흥식, 김기식과 같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미적지근한' 인물이 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금감원은 차기 수장이 정해질 때까지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원장직을 대행한다.

하지만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지난달 12일 채용 비리로 약 6개월 만에 사퇴한 뒤 김 전 원장마저 물러나는 등 한 달여 만에 수장이 두 번이나 낙마하면서 금감원의 위신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