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만 한국창업능률협회 원장] 지난해, 통계청에서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통계를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8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에 뛰어든 10명 중 3명이 종잣돈 500만원도 구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 중 사업자금 규모별로 살펴보면 500만원 미만이 28.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500만원에서 2천만원이 22%, 2천만원에서 5천만원이 21.2%였고 3억원 이상은 1.2%였다.

흥미로운 통계 결과는 또 있었다. 500만원 미만의 종잣돈을 사용한 자영업자들은 주로 본인 또는 가족이 마련한 돈을 사용했지만 은행, 보험회사, 상호신용금고 등을 이용했다는 인원도 31.5%나 됐다. 더욱이 자영업으로 직종을 변경한 인원들 중 57.4%는 임금 근로자였다.

이 통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불경기가 계속되는 이 시점에서 안정적인 월급을 받다가 실직하고 생계를 위해 자영업으로 ‘몰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들 중 88.9%는 사업준비기간이 1~3개월 정도였다. 급한 마음에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창업을 시작하니 창업 생존률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물론 마음이 급하고 돈이 없는 이들을 위한 창업 아이템은 시중에 산재해 있다. 심지어 점포가 없어도 되는 창업 아이템들도 수두룩하다. 이런 아이템들이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부분은 바로 ‘가성비’다.

적은 돈으로 큰 효율을 얻게 해주겠다는 것과 싼 재료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메뉴를 팔게 해주겠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가성비’의 핵심이다.

물론 게 중에는 정말 속이 꽉 찬 사업 아이템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고 모아둔 돈도 얼마 되지 않은 실직자에게 그런 실속 있는 사업 아이템을 고를 신중함과 인내는 좀체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이 고려하는 우선순위는 개업 시기가 빠른 아이템, 적은 돈으로 개업 할 수 있는 아이템, 망해도 크게 타격 받지 않을 아이템 등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진 후 제 발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겨 몰려가다 보면 반드시 놓치는 부분이 생기고, 그 놓치는 부분은 향후 가게 운영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 줄 요지가 크다.

돈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는 이들의 마음은 그 사람이 되어봐야 이해할 수 있다. 제 앞길 걱정보다 건사할 식구들 걱정에 밤잠 설치는 날이 다수인 그들에게 섣불리 종잣돈을 모으며 때를 기다리라 말할 순 없다. 그렇다고 급한 마음에 덥석 아무 창업 아이템이나 잡으라고는 더더욱 추천할 수 없는 일.

이런 이들을 위해선 때를 기다리되 다각도로 현명하게 창업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 해 줄 수밖에 없다. 사무실이나 점포를 얻을 돈이 부족하다면 창업보육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학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에서는 저렴하게 사무실을 임대 해줄 뿐 아니라 창업지원금까지 주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각종 사업에 필요한 컨설팅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창업 경험이 없는 이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창업지원금을 신청해 받는 것 역시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창업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제반 서류와 창업에 관한 다양한 증명, 그리고 적절한 자기 어필이 필요하다.

성가시다면 성가시지만 당장 종잣돈이 없어 창업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성가심이 대수일까. 섣불리 뛰어들어 실패를 경험하는 것보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성가심을 경험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