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중 KB증권만 도입…금융당국, 의결권 투자일임업까지 확대

여의도 증권가.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그동안 투자신탁계약에 대해서만 허용하던 의결권 위임을 투자일임계약에도 허용하면서 기관의 의결권 행사 폭이 넓어지고 제도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증권사 중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곳은 KB증권뿐이다.

지난해 9월 KB금융지주가 은행, 증권, 손해보험, 생명보험, 인베스트먼트 등 신탁업 관련 모든 계열사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하면서 KB증권도 참여 기관에 포함됐다.

KB증권 관계자는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고 고객 자산의 중장기적 이익증진에 기여하는 등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했다"며 "현재 의결권 행사 가능한 주식이 없지만 '고객 자산 이익 증대'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스튜어드십 도입 취지에 따른 규칙과 가이드를 가지고 자산을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보험사, 자문사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집안일을 맡아 보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들도 고객 재산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우리나라에서 2014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해 2016년 12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스튜어드십 코드 7개 원칙을 발표하고 시행됐다.

시행 초기 참여 기업이 저조해 지지부진했던 스튜어드십 코드는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과 주주 의결권 확대를 위해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시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금융투자업계에 기관투자자 유도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를 강조해왔다.

지난 6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15개 자산운용사 대표 등과 만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이에 따른 의결권 행사 내역을 적극적으로 공시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금융투자업계의 참여는 미비한 상태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확정한 금융투자회사들은 총 27개에 불과하다. 이중 증권사는 KB증권 한 곳뿐이다.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동양자산운용를 비롯해 사모펀드(PEF)까지 포함하면 25곳이다.

금융투자업계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에 소극적인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자율인 만큼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데다 제도 도입에 비용 대비 그 효과가 미미하다"며 "일각에서는 경영권 침해 우려도 나오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됐지만 의결권 행사 경험과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주주권 행사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앞으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와의 계약에 따라 주식을 운용하는 투자일임업자도 위탁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기관 의결권 행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고객 주문을 받아 주식을 운용하는 투자일임 계약까지 주식 의결권 행사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조항을 포함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령안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송 연구위원은 "현재는 일임계약의 의결권 일임을 불건전영업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자산운용자가 의결권 행사를 위임할 수 없다"며 "기관의 주주권 행사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신탁계약까지만 허용된 의결권 대리행사를 투자일임 계약으로 확대해야 하고 성격에 따라 주주권 행사까지 일임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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