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성동조선 생존 가능성 희박"…이동걸 "강력한 노사확약서 없으면 STX도 법정관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오른쪽)과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대한 컨설팅 결과 및 후속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정부가 성동조선의 법정관리를 택했다.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는 한 달 안에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에 투입된 혈세만 12조원에 이르지만 조선업 시황과 현금 유동성, 수주잔량, 경쟁력 측면 등을 모두 고려할 때 회생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자 사실상 청산 수준을 밟게 됐다.

STX조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조선사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이날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재무실사와 산업컨설팅 결과 회사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고 산업적 대안도 부재해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은 종결할 수밖에 없다"며 "성동조선과 관련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수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영회계법인이 성동조선에 대해 수행한 재무실사 결과 인력을 40%가량 감축하고 신규자금을 지원을 5000억원 이상, 선수금환급보증(RG) 신규 발급 1조원 상당 투입해도 장기간 손실이 지속하고 자본잠식이 심화되는 등 독자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

은 행장은 "부도보다는 법정관리로 가서 채무관계 동결 후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게 낫다"며 "회생 가능성이 있으면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을 고려했겠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고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신규자금 지원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수은은 법원 관리 아래 다운사이징, 채무재조정 등 재무구조 개선, 자산매각 등을 추진하면 사업전환과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회생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정부가 고강도 자구노력을 전제로 회생을 결정한 STX조선에 대해 산업은행은 한 달 내에 강력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강조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STX조선은 법정관리를 통해 5조원 규모 출자전환, 이자비용 면제, 상환유예 조치로 재무건전성이 개선됐다"며 "주력 선종인 중형 탱커와 소형 LNG 등 시황도 상대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산은은 성동조선과 STX조선가 한 번에 정리될 경우 협력업체의 경영 위기가 가중되고 조선 산업 전반의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어 중형 조선사로서의 생존 가치를 고려했다.

다만 이 회장은 "STX조선 회생은 자구력을 갖춰나간다는 전제 아래 가능한 것일 뿐 무조건적으로 중소 조선사 생태계를 위해 지원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STX조선 노사가 자구계획 및 사업재편 방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노사확약서를 제출하면 정상 영업을 위해 RG발급을 수주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국민경제 부담 최소화 차원에서 신규 자금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은 산은의 관리로 고정비 감축, 자산 매각, 유동성 부담 자체 해소 등 고강도 자구계획과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수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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