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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정위의 위험한 발상

[한국정책신문=나원재 기자]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 자기소개서에 부모님 직업과 자동차 등을 묻는 질문이 버젓이 올라 논란이 일던 때가 있다.

그 집안의 살림살이를 파악하면 어려운 학생을 도울 수 있다는 취지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당시 이를 이유로 학생을 차별할 것이란 목소리는 보다 거셌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러한 질문은 학생의 성적 향상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비난과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사한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공정위가 지난달 상정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원안대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해 필수물품 가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공정위는 개정안을 통해 영세사업자에게 가격정보 등을 제공토록 해 이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본사는 필수품목별 공급가격 상·하한과 가맹점 사업자별 평균 가맹금 지급 규모, 매출액 대비 필수품목 구매 비율 등의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공정위의 의도와는 달리, 프랜차이즈 산업의 경쟁력이 퇴보하는 규제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경쟁에서 내부 살림살이를 공개하라는 방침은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아이템을 내세우는 프랜차이즈만 줄지어서 있다면, 필수물품 가격 등을 공개해 영세사업자의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겠지만, 무수한 아이템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구조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내부 살림살이 공개는 영업기밀 노출과 다름없다. 영업기밀이 노출되면 프랜차이즈는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경쟁력을 잃은 프랜차이즈 영세사업자는 결국 길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

이와 함께 내부 살림살이 공개를 꺼리는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한국시장 상륙이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서도 공정위의 이번 개정안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하템 자키 세계프랜차이즈협회(WFC)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서 공정위의 이번 개정안을 두고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표현했다.

자키 사무총장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도 정부가 비슷하게 규제를 강화했다가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까지 벌이자 결국 바뀌었다.

A회사가 물품가격을 예비점주에게 공개하면 경쟁사인 B사는 A사의 가격 정보와 마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게 자키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국내 프랜차이즈협회도 지난달 전체회의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라면, 최악의 경우 헌법 소원을 제기할 의향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정위의 공정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나원재 기자  nwj@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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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프랜차이즈#개정안#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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