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께동무는 예삿일…성폭력·성추행 근절 위한 대대적 수술 필요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동료 기자)빼고, 단둘이, 오붓하게'

한때 논란이 됐던 이병헌의 '너, 로맨틱, 성공적' 카카오톡(카톡) 패러디가 아니다. 2015년 국회 출입 기자로 일할 당시 받은 카톡이다.

모든 게 서툰 1년차 기자로 일할 때다. 아는 분을 통해 모 의원실 비서관을 소개받았고 취재원이 생겼다는 생각에 마냥 감사했다. 자주 같이 밥을 먹자는 연락에 그저 황송했다. 

사건은 어느 날 점심 약속을 조율하면서 터졌다. '분위기 좋은 곳에 가지 않겠느냐', '데이트하는 것 같다' 등의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께름칙한 마음에 지금은 그만둔 동료 여기자와 식사자리에 동행하려 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은 '(동료 여기자를)빼고 단둘이 먹자. 오붓하게'였다. 카톡 프로필 사진에는 버젓이 두 딸의 사진을 걸어놓고 말이다. 당시 비서관이었던 그는 현재 20대 국회 야당 초선 의원의 보좌관으로 승진해 호사를 누리고 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성추행은 감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었던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을 줬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성추행이 있었다. 어깨동무 정도의 스킨십은 예삿일이다. 유부남임에도 개인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연락도 여러 차례 받았다.

더 상처를 받았던 것은 이러한 사실들을 회사에 알렸을 때의 반응이었다. 걱정해주는 듯했으나 현실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어떠한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술자리에서 "네가 성격이 좋아서 그런 거다"며 술안주 삼기도 했다. 큰 상처였다.

검찰 내 성폭력·성추행 문제를 고발한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시작으로 미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번 미투 운동이 단순히 '운동'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며 성폭력·성추행 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사회 각계 성희롱·성폭력 범죄근절방안을 위한 관계부처와의 논의에 한층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불어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성추행 피해자들이 더이상 숨어있지 말고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용기를 낸 이들에겐 손가락질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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