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인식 조건 충족할 객관적 입증 필요…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성공가능성 높게 평가해
[한국정책신문=김소희 기자] 금융감독원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테마감리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제약·바이오업계는 외국과 다른 국내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기업이 임상시험 3상부터 자산으로 처리하는 것과 달리, 국내기업은 임상시험 1상부터 제품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자산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국내 실정에 맞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개발비 처리방식에 대한 테마감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만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테마감리는 회계오류 취약 분야를 미리 예고해 관련 기업이 재무제표 작성 단계부터 신중을 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이번엔 제약·바이오업계 개발비가 테마감리 대상이 됐다.
이는 도이치뱅크가 셀트리온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점을 지적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28일 코스닥 시장의 주가 급등락 등 개발비 관련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 투명성 등 문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테마감리를 예고했다.
금감원 조사결과, 2016년 말 상장 기준 제약·바이오 기업 152개사 중 55%인 83%가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는 외국과 다른 국내만의 특성이 존재한다며, 그 특성을 인식·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기업은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많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 임상시험 1·2상 단계에서 중단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임상시험 1·2상까지는 비용처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국내 기업은 임상시험 1상부터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투자금액을 자산으로 처리한다. 특히 임상시험 3상에 돌입하면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고 하기 때문에 기대하는 성공확률도 외국 기업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제품화하는 게 국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외국 기업의 회계처리 방식을 기준으로 삼아 국내 기업에 맞추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등은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아 자산으로 처리하는 데 무리가 없겠지만, 신약개발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므로 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안전하다. 그러나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현실을 봤을 땐 꼭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으니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사전에 예고한 테마감리 기준에 따라 감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만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발비 인식요건의 충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잇는 경우에 한해 개발비를 자산화할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개발비 인식·평가의 적정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