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신문=나원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보호무역의 신호탄을 쐈지만, 결국 길을 잃을 가능성은 커졌다.

트럼프는 23일(현지시간)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패널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에 공식 서명하면서 소비자 혜택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부족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4차 산업혁명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돼버린 지 꽤 지났지만, 이번 결정은 자칫 미국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담보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안일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사실상 삼성·LG전자 등 세계무대를 선도하는 한국기업을 향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세탁기만 하더라도 트럼프는 “세이프가드는 삼성과 LG 등이 미국서 주요 세탁기 제조공장을 짓겠다는 최근 약속을 완수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많은 세탁기 공장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삼성·LG전자가 미국서 세탁기를 덤핑으로 판매했다는 주장을 내세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이프가드를 청원한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손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을 견제하면서 자국 산업을 보호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스르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우선, 월풀과 삼성·LG전자의 기술격차를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LG전자의 세탁기는 4차 산업혁명의 큰 물줄기인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탑재하는 등 월풀과의 격차를 이미 벌렸다.

미국 소비자들도 이를 인지해 삼성·LG전자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들의 당연한 선택이다. 월풀은 미국 내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그간 버텼지만, 삼성·LG전자에 바짝 쫓기는 이유기도 하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인공지능(AI) 기술 등으로 기존 일자리는 모두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라마다 쏟아지고 있지만, 트럼프는 이를 지극히 세탁기와 태양광 기술 때문인 것으로 강조했다.

삼성·LG전자 등 한국 기업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은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는 동떨어진 미국 우선주의가 돼버렸다. 트럼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스르는 주인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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