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연체 가산금리 3% 안팎으로 낮추기로…'도덕적 해이' 지적도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정부가 이르면 4월부터 연체 가산금리를 3% 안팎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성실 채무자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출 연체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취지라지만 자칫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국세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이 10.95%인 점을 고려하면 금융권만 연체 이자를 낮추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신용회복위원회에서 현재 5~8%포인트 수준(은행권 기준)인 연체 가산금리를 3% 안팎으로 낮추는 내용의 '취약·연체차주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은행과 비은행 등 전 금융권의 가계·기업대출에 모두 해당한다.

현재 은행들은 고객이 대출을 연체했을 때 최고 8%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물린다. 지역농협과 수협 같은 상호금융권의 가산금리는 최고 14%포인트, 저축은행은 25%포인트에 달한다.

최 위원장은 취임 이후 연일 은행 연체이자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 9월 금융연구원 세미나 축사에서도 "현재 연체금리를 내는 약 137만명이 산정 방식도 모른 채 높은 연체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바 있다.

정부가 연체이자를 낮추기 위해 칼을 빼든 것은 한국이 미국(3~6%)과 독일(2.5%), 영국(2%)보다도 훨씬 높아 소비자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해외 사례와 비교해 이자가 과도하게 높지 않은 데다 국세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이 10.95%인 점을 고려하면 금융권만 낮추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호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은 연체 수수료, 연체 가산금리를 이중 부과하거나 연체 시마다 수수료를 부과해 한국과 비교가 어렵다"며 "가산금리는 단순히 이자의 개념이 아니라 채무자의 성질 상환을 유도하기 위한 역할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은 이번 조치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다. 원금도 갚지 못할 만큼 어려운 처지의 채무자에게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으나 급격한 연체이자 인하로 성실한 채무자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권 교체 시마다 이뤄지는 '선심성 빚 사면' 정책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버티면 탕감해준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7000억원을 들여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 72만명의 연체이자를 탕감하고 신용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연대보증의 덫에 걸린 신용불량자 11만명을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연체기간 10년 이상, 원금 1000만원 이상의 159만명의 장기소액연체자 채무원금을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4년째 대출을 상환 중인 박 모씨(39) "몇 년째 연체 없이 꾸준히 빚을 갚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러려고 빚을 갚고 있나'하고 허탈하기도 하다"며 "정부에서는 연체금리만 낮출 것이 아니라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에 대한 제재와 함께 성실 채무자에 대한 혜택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나온다. 연체 가산금리를 낮추더라도 신용도 등을 고려해 고의적으로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연체 가산금리를 낮추더라도 전략적으로 빚을 갚지 않을 가능성은 작다"며 "연체하면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하고 부채 상환 압력 증가 등으로 금융 활동 제약이 심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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