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시차 2회서 5회로 늘리는 사측 두고 노조 "근무강도·수당 모두 열악해진다" 지적

하인주 로레알코리아 노조위원장이 살인적인 근무강도를 요구하는 의무시차 강행을 반대한다며 대표발언하고 있다. <한국정책신문>

[한국정책신문=김소희 기자] '당신은 소중하니까요'라는 광고카피로 익히 알려진 로레알이 의무시차 이행을 두고 노사 간 갈등에 휩싸였다.

로레알코리아는 화장품 매장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의무시차'를 늘리려고 하지만 노조는 비용절감을 하려는 꼼수라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 노동조합연맹 로레알코리아 노동조합은 15일 아셈타워 앞 인도에서 '강제의무시차 반대 로레알코리아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로레알 노조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적정인원과 적정노동 강도, 적정임금 보장과 강제의무시차 거부, 살인적 노동 강도 거부 등을 외치며 사측이 임의로 추가한 3회의 강제의무시차 철회를 요구했다.

로레알 노조는 "사측은 합의되지 않은 3회의 추가 의무시차를 강제하려고 한다"며 "이는 비용절감을 위한 꼼수로, 근로자들의 근로강도만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해 의무시차를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1회당 2만원의 보전수당을 지급하고 보전수당은 기본급여에 산입하는 데 합의했다. 회당 3.5시간씩 총 2회의 의무시차를 적용한다는 게 합의의 골자다.

하지만 사측이 협상을 무시하고 최저임금 상승 등을 이유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강제로 의무시차를 늘렸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의무시차 횟수가 늘어나면 무엇보다 쉬지 않는 직원의 노동 강도가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매장 오픈과 마감 때 준비하거나 정리할 게 많은데 강제의무시차로 오전, 오후 근무자 1명이 모든 일을 전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에 소비자 응대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근무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은 노조와 의무시차 2회에 합의한 지 단 몇 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노조에 의무시차를 5회로 늘리겠다고 했다"며 "노조가 거부하지 않았으면 12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선 근무하지 않고 쉬면서 보전수당을 받으니 좋은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기존보다 심한 강도로 근무를 하면서도 연장근무수당 대신 보전수당을 받게 돼 실제로 받은 임금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로레알이 현장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비용절감에만 혈안이 돼 근로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서비스연맹 한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와 합의되지 않은 의무시차를 강요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인사고가에 반영하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현장은 고려하지 않고 인원충원 없이 의무시차만 강행하는 행태는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측은 "교섭 중"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적정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정부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인원충원 없이 비용만 줄이려고 부리는 꼼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의무시차 횟수 증가와 관련해 법원에 청구한 가처분 신청 결과가 오는 19일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현재 민사소송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로레알코리아 노조원들이 15일 아셈타워 앞 인도에서 진행된 '강제 의무시차 반대 규탄대회'에 참여했다. <한국정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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