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방문 거절로 매출하락 불가피…제도 연착륙 위한 업계 자정노력 요구

<픽사베이 제공>

[한국정책신문=김소희 기자] 시행 전부터 제약영업에 찬바람을 불게 했던 한국판 '선샤인액트'가 1일 본격 시행되자 영업일선은 물론 제약사 매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의료인들이 지출보고서 서명을 해야 하는 이유로 영업사원과의 만남자체를 꺼리는 등 영업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선샤인액트로 인해 신규거래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약사 매출에도 그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샤인액트는 제약사와 의료기기제조사 등이 의료인 등에게 제공한 견본품, 학회 참가비 등 경제적 이익에 관한 내용과 그 근거자료를 기록·보관하고 필요시 보건복지부 장관에 그 내용을 보고하도록 한 제도다.

특히 선샤인액트 시행으로 제약사 영업사원이 의료인과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했을 때 해당 의료인에게 서명을 받아야 한다.

선샤인액트가 시장에 안착 시 장기적으론 리베이트를 근절해 투명한 의약품 유통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관리부서 입장에선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선샤인액트를 기준으로 사내정책을 짜고 그에 맞춰 관리할 수 있게 돼 업무가 한결 수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업현장은 선샤인액트로 인한 의료인들의 방문 거부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상위 제약사 영업사원은 "병원에 여러번 방문해 얼굴을 익히고 몇 번 밥을 먹으면서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방문자체를 꺼리더라"며 "병원을 가지도 못하니 회사 제품 소개는 꿈도 못 꾸고 있다. 당장 1월 실적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중소 제약사 영업사원은 "기존 거래처도 문제지만 더 큰 난관은 신규 거래처 확보다. 신규 병원이 많아질수록 매출이 늘 텐데 쉽지 않다"며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면 그에 따라 일정 비율을 리베이트로 주던 제약사들은 특히 피해가 더 크다. 영업사원에게 주는 인센티브나 일일활동비(일비) 증액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는 그 동안 해왔던 영업활동에 장애가 생기면서 영업사원 개인 실적은 물론 제약사의 매출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정책 시행 초기에는 좀 더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어서 당장 1월과 1분기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 같다. 빨리 분위기를 파악해서 헤쳐나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영업사원들의 꼼수가 제도의 본질을 흐트릴 수 있다며 자정노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영업사원은 "원장이 원한다고 개인카드로 식대를 결제하는 등 제도 시행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동은 스스로 삼가야 한다. 일비나 개인돈으로 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사비로 의사들에게 차나 식사를 제공하는 영업사원들 때문에 의사들이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일부 영업사원들의 무지한 행동이 동종업계 사람들을 모두 욕먹게 하고 공정경쟁하는 문화를 저해하고 말 것이다. 스스로 을이 되려는 건지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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