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1심 선고공판서 주요 혐의 일부만 유죄 판단, 국내외 무대 본격 확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 경영비리 혐의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나원재 기자] ‘뉴(New) 롯데’ 시계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게 됐다. 경영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신 회장의 뉴 롯데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롯데의 지주사 전환 속도로 떠오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 중 일부만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배임 혐의 일부와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4년과 벌금 35억원을 선고했지만,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에게 지급된 공짜 급여는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배임·탈세 공범으로 기소된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는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10월 열린 결심공판서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은 징역 10년, 신 전 이사장과 서씨는 각각 징역 7년, 신 전 부회장은 징역 5년을 구형받은 바 있다.

◆한 숨 돌린 롯데, 신동빈 체제 강화

신 회장은 그간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 지원에 대해 471억원대 배임 혐의를 받았지만,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 신 회장은 롯데피에스넷이 ATM기를 구매하는 과정서 중간 업체로 롯데기공을 끼워 넣고, 유상증자에 계열사들을 참여시킨 혐의를 받았다.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에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몰아주는 등 774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함께 받았지만, 손해액 산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에 대한 배임죄를 인정받았다.

신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과 서씨 모녀의 생활비 지원을 위해 자신의 롯데홀딩스 차명 지분을 매매하는 식으로 넘겨 증여세 706억원을 포탈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일하지 않은 신 전 부회장과 서씨 모녀에게 총 508억원을 급여 명목으로 부당 지급하는 등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이번 판결에 따라 그룹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 됐고, 신 회장의 뉴 롯데를 향한 행보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신 회장은 의중인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과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 회사들의 지분이 99%를 넘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롯데그룹에는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한 만큼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일본 지분을 절반 아래로 낮출 수 있고, 지난 10월 출범한 롯데지주와의 합병으로 이하 계열사와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는 셈이다.

재판부의 법정구속이 판결났다면, 신 회장은 일본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에 뉴 롯데 완성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선 실형을 선고받으면 관례상 임원직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영토 확장, 오너십에 기대

재판부의 이번 신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로 롯데는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롯데는 인도네시아에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유화단지 건설과 유럽 생산거점에 2억달러(약 2100억원) 등을 투자하는 등 약 10조원을 해외시장에 쏟아 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미국 엑시올과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중인 계일가스 기반의 에탄크레커 사업에 35억달러(약 3조8000억원), 인도·미얀마에서 식품사 인수합병(M&A)에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 베트남 투티엠 복합몰 단지에 2021년까지 18억5000만달러(약 2조원) 등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최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10여개 롯데 계열사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인도네시아 출장을 다녀오는가 하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하고, 세계 각국의 참가를 독려하기도 했다. 앞서 신 회장은 미국에 방문해 글로벌 기업을 찾고, 베트남서 호찌민 인민위원장과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사업은 빠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판부의 이번 선고를 두고 롯데는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신 회장의 뉴 롯데 완성도 예상보다 시간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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