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이 앓고 있다-②] 실효성 논란에 "게임 산업만 위축된다" 지적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두고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세지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를 찾은 관람객들(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뉴스1>

[한국정책신문=천민지 기자] 적절한 규제는 산업의 올바른 진흥을 이끌지만, 과도한 규제는 기형적인 산업 성장을 이끄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어느덧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한국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시장에서 위상은 드높지만, 신데렐라법으로 불리는 ‘셧다운제’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새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한국게임이 앓고 있다’는 기획을 마련하고, 3회에 걸쳐 한국게임 산업과 셧다운제의 공생과 이에 따른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한다.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두고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세지고 있다. 김병관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최근 셧다운제는 재조명되고 있는 분위기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셧다운제는 모바일, 비디오, 콘솔 게임 등엔 적용되지 않고, 개인컴퓨터(PC) 온라인 게임만 적용되는 점, 부모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홍콩, 미국 등 제3국의 서버를 우회해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이를 두고 여성가족부는 폐지보다 제도를 안정화해야 한다는 방향에 힘을 싣고 있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내 게임 산업계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뜨는데, 왜 유독 PC만…

셧다운제는 지난 2010년 온라인 게임중독이 야기되면서 도입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게임 중독에 대한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사회의 합의가 이뤄지면서 문체부와 여가부의 셧다운제 논의가 이어졌다. 셧다운제는 규제 대상과 범위를 두고 여가부와 문체부 간 대립이 이어지면서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로 나뉘게 됐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과 수면권 보장을 위해 여가부가 지난 2011년 도입한 제도로, 청소년 보호법 제26조 제1항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모든 온라인 게임 접속을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일괄적으로 제한'한다고 명시한다.

이와 별개로 규제정도가 덜한 선택적 셧다운제는 문체부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2012년부터 도입했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만18세 미만 청소년의 부모나 혹은 법정대리인이 인터넷게임제공 업체에게 게임시간 제한 등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와 학계서는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셧다운제 도입 취지인 청소년 수면권 보장과 온라인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는 효과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실제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 수면 시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게임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 시간, 수면, 여가활동 등에 미치는 효과 분석'이란 논문에선 "셧다운제 시행 이후 게임 이용시간은 시행 전보다 약 8.5분 증가했으나 수면시간도 약 7.6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아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미 모바일 게임이 주를 이루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이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청소년들은 부모나 친척들의 주민번호를 도용하거나 해외 인터넷프로토콜(IP)을 이용해 우회 접속하는 등 이미 다른 경로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셧다운제 이후 후퇴한 한국게임 산업

셧다운제가 게임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행정학회가 지난달 24일 셧다운제 관련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게임 규모의 성장세는 셧다운제 시행(2011년 11월) 후인 2012년부터 떨어졌으며 온라인게임 규모는 확연히 줄었다. 

2011년 18.5%였던 국내 게임시장 성장률은 2012년 10.5%, 2013년 0.3%, 2014년 2.6%, 2015년 7.5%를 나타냈다. 수출 성장세도 셧다운제 이후 꺾였다. 온라인게임의 수출은 매년 13.5%에서 48.2% 성장했으나 규제 도입 이후에는 연평균 –2.68%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온라인 시장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시장 풍토가 바뀌었다는 점 등 외부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실제 중소 게임 업체의 수도 셧다운제 전후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종사자 수도 셧다운제 이후 줄어드는 추세라 주목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선 국내게임 종사자수는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건을 계기로 대폭 감소한 이후 2012년까지 증가하다가 2013년 이후 감소했고, 2016년 종사자 수는 작년 대비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소게임업체는 "사실 직접적인 피해보다도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이 유해한 것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팽배하다는 점과 셧다운제를 포함한 여러 규제가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병관 의원은 지난달 20일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문체부는 여가부와 협의해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완화하는 내용의 청소년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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