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부실장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부실장] 올해 5월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이 개국했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2015)가 내놓은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에 따르면 UHD 방송은 ‘초고화질’서비스 뿐 아니라, 이동형 방송수신이 가능하고 IP 기반의 양방향‧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하다.

아직까지 UHD 방송을 통해 어떠한 혁신 서비스가 가능할지는 불확정적이지만 여태까지는 지상파를 통해 불가능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방송 이용환경도 크게 변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주문형비디오(VoD) 이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방송콘텐츠를 방송매체가 아닌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이용하는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방송을 보기 위해 시간에 맞춰 집으로 귀가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것이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은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해 이를 공중(개별계약에 의한 수신자를 포함)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송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파를 통해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방송콘텐츠를 이용하는 환경에서 이 정의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방송의 정의는 2000년 통합방송법이 마련된 이후 위의 정의가 유지돼 왔다. 당시 방송법에서 방송의 정의를 개선한 가장 큰 이유는 케이블TV 도입으로 유료 가입자가 방송 시청자로 포함되면서 ‘개별계약에 의한 수신자’를 공중이라는 개념에 포함하기 위해서였다.

그 이후로 방송 환경이 크게 바뀌었지만 방송법상 정의는 여전히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에 유료방송의 보급률이 크게 높아졌고, VoD 등 양방향 서비스와 각종 부가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의 방송시간을 기준으로 정의돼 왔던 편성 개념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유료방송에서 제공하는 양방향 서비스, UHD 방송으로 인해 가능해 질 양방향 부가 서비스 등은 기존의 시간 위주 편성 개념으로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디어 시장은 변화가 빠르고 법제도는 시장의 변화를 뒤따라 갈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면 현행 법제도가 시장의 변화를 모두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방송을 새로이 정의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 정책방향을 마련하는 것은 방송 뿐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유료방송 가입자 비중이 높은 국내의 경우 이미 많은 이용자들이 양방향, 부가 서비스 등도 방송서비스의 일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을 정의상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는 것’으로 국한시키는 것은 미디어 환경을 고려할 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텔레비전방송’, ‘라디오방송’, ‘데이터방송’, ‘이동멀티미디어방송’으로 되어 있는 방송의 분류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느끼는 방송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 상황이기 때문에 방송의 유형을 위와 같이 구분해 놓을 경우 향후 혁신 서비스를 수용함에 있어 위의 분류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 초연결, 융합의 심화 등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감안할 때 방송시장은 앞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체감해 왔던 변화의 속도 보다 변화의 흐름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법은 시장의 변화를 앞서갈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미디어 환경과 미디어의 미래를 감안한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유지돼온 방송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그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