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亡事 사태'로 정치적 갈등ㆍ국력낭비 심각...과거 권위주의적 인사 시스템과 별반 다를 게 없어

[한국정책신문=방형국 편집국장] 바른정당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가가 치민다고 혹평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며 “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도 머지않아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주 대행의 분노의 대상이 된 인사 후보자들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성주(전 국회의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내정자다.

주 대행은 우선 홍 후보자에 대해 “부부의 주민등록법 위반과 부인의 인사청탁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며 “국민을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말고 다른 문제가 나오기 전에 정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결국 대선캠프에 있던 사람을 막중한 자리에 앉혔다. 대선 승리를 공직의 전리품으로 생각한 인사”라고 날을 세워 힐난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며,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정의당조차 비난하는 입장이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가치가 무엇이냐?”고 비판한 것은 자유한국당도, 바른정당도, 국민의당도 아닌 정의당에서 나온 말이다.

정의당마저 반대할 정도로 홍종학 후보자는 심각하다. 한마디로 부적격자이다. 진정한 속뜻이 무엇이든 대기업을 ‘암세포’라 낙인찍은 그의 기업관(觀)이나 자질, 남에게는 하지 말라며, 자신은 쪼개고 또 쪼개 편법증여하는 도덕성은 열렬 문재인 지지자라도 정나미가 뚝 떨어질 일이다.

남들이 다 얘기하는 ‘내로남불’ 얘기는 여기서는 하지 않겠다. 앞뒤가 다르고, 남의 눈의 티끌에는 가차없는 비난을 날리면서, 자신의 눈에 들어있는 들보는 감추는 그러한 태도 때문에라도 홍종학 후보자는 부적격자이다.

가입자 2153만명, 기금 운용액 601조7000억원으로 일본(1383조원), 노르웨이(996조원) 연금기금에 이어 세계 3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은 국민연금 제도와 기금 운용을 총 책임지는 자리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내정자는 미자격자이다. 그는 국민연금 업무를 이끌어갈 경험이 없다. 그의 국민연금 경험은 매달 국민연금을 납부한 것과 국회 보건복지위원 4년이 전부다. 너무 얄팍하다. 그래서 미자격자이다.

그를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 그에게 세계적인 투자자들과 세계경제 및 금융 등과 관련한 이슈들을 주제로 즉시 토론을 벌일 만큼의 금융 및 재정 지식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런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는 부하를 거느릴 역량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는 미자격자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지만 역대로 금융 및 재정 전문가들에게 수장자리가 돌아갔다. 정치인 출신의 낙하산 인사도 이 자리에는 가지 못 할 정도로 정치적이어서는 안되는 엄중한 자리이다. 그에게 국민의 노후생활이 달려있는데다, 한국경제를 좌우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국사학과(서울대) 출신의 초선 정치인인 김 전 의원이 국민 노후 자금 600조원을 운용할 적임자인지에 삼청동자에 물어봐도 아니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한마디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부자격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내정자는 미자격자로 줄여 정리하면 될 일이다.

이들 부적격자와 미자격자들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는 문재인 정부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 그 흔적과 유산을 지우려하는 과거 권위정부 시절의 대응 방식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홍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두둔이 대표적이다. “국민 정서가 좀 안 좋은 부분이 있다 해도 불법인지는 명확히 가려줘야 한다. 장모가 손녀를 위해 증여하는 과정에서 절세를 택했지만 불법은 아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 인사 중 법적·도덕적 논란으로 낙마한 차관급 이상 인사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7명이다. 일차적 책임은 조국 민정수석에 있다. 김 내정자는 모르겠지만 이번 홍 후보 사태의 책임도 그의 몫이다.

야당이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 때 조 수석을 불러 인사사태에 대해 따지려 들었지만, 그는 조 수석은 국회에 나오지 않았다. 민정수석이 국회에 불출석한 관례를 내세우고 있다. 과거 정부의 관례를 없애라고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조 수석은 과거 정부의 관례를 따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치보복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는 것, 그것이 적폐청산이다”라고.

적폐청산에 힘을 모아야 할 조 수석은 지금 과거의 잘못된 관행, 즉 적폐를 따르고 있다. 지금 인사 스시템이 뭐가 잘 못 돌아가고 있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고, 따져봐야할 때다. 그렇지 않고 이런 ‘인사 망사 사태’가 계속된다면, 정치적 낭비와 국력낭비가 너무 크다.

마침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6개월 국정수행 지지율이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대통령 중 두 번째로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날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취임 6개월 시점 직무 수행 긍정률은 73%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83%)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소설가 조정래는 그의 대작 ‘태백산맥’에서 민심을 보리밭에 비유했다. 민심은 보리밭 같아서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어떤 방향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바람결에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보리도 가까이서 보면 움직이는 방향이 서로 달라 부딪치며 서걱 거린다. 그게 민심이다. 민심은 그것이 바람이자,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밭이다. 바람은 돌변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