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가계부채 대책,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악재 이미 반영돼 있어"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24일 서울의 한 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에서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에 초점을 맞춘 신 DTI(총부채상환비율) 도입과 부실 가구나, 생계형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를 지원하는 맞춤형 방안을 발표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정부가 지난 24일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은행주와 건설주가 우려와 달리 이틀째 상승세다.

통상 가계부채 대책의 피해주로 꼽히는 은행주와 건설주가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5일 종가 기준 하나금융지주(2.56%), KB금융(2.43%), 기업은행(2.39%), 신한지주(1.38%), 제주은행(0.43%), 광주은행(0.42%), 우리은행(0.29%) 등 은행업이 일제히 올랐다.

건설업 중에서는 대우건설(3.69%), 두산건설(3.62%), 현대산업(2.99%), 동신건설(1.59%), 성지건설(1.14%) 등도 상승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난 24일에도 은행업종 '대장주'인 KB금융은 300원(0.52%) 오른 5만7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지주(3.62%), 우리은행(2.65%), 신한지주(0.8%)도 올랐다.

대우건설(4.28%), 현대산업개발(4.19%), 대림산업(3.35%) 등도 3~4%의 급등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기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당초 시장이나 투자자들이 걱정했던 것보다 규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날 정부는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에 초점을 맞춰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다.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결과는 대체로 언론이나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이었다"며 "오히려 금융시장이나 투자자들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규제 우려가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예상하던 수준의 대책 발표로 규제 관련 우려는 상당 부분 경감됐다"며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전후로 은행 주가 상승 반전한 것은 이러한 시장의 심리를 대변하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 부동산 억제 등의 영향으로 은행주와 건설주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지난 6월과 8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은행주와 건설주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모습을 드러낸 가계부채 대책에 은행주와 건설주는 웃었다.

전문가들은 은행업, 건설업의 주가가 오히려 상승한 것은 이미 주가에 악재들이 충분히 반영돼 있는 데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의 정책 목적은 은행 이익 축소가 아닌 시스템 안정화에 있음을 확인했다"며 "최근 은행주 투자심리를 저해시켰던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관점에서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대출증가율은 5% 정도로 낮아졌지만 중소기업대출 중심으로 최근 기업대출증가율이 상승하고 있어 총대출증가율 하락세는 곧 둔화할 전망"이라며 "결론적으로 대출증가율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변화는 은행주 실적이나 주가에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종은 지난해 11·3 대책 이후 지속적인 부동산 시장 규제와 8·2 대책 이후 추가 규제 관련 우려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의 업종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지속했으나 이번 대책 발표로 시장 우려가 상당히 해소됐다"며 "이번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추가 규제보다는 가계 부채 문제 해결에 충실한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세련 SK증권 연구원은 "8·2 부동산 대책이 워낙 강력했던 만큼 과도하게 눌렸던 건설주에 대한 악재 해소로 인해 건설주의 강세가 나타난 것"이라며 "향후 대형 건설주 실적 확인 이후 더욱 강한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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