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 대책은 다주택자의 돈줄 차단...곧 나올 '주거복지 로드맵'은 다주택자에 퇴로 제공

[한국정책신문=방형국 편집국장] 정부가 24일 내놓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내용은 복잡하지만 한마디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라 쓰고, ‘갭투자 차단’이라 읽으면 간단하다. 

한국정책신문은 지난 6월20일 ‘갭투자자들은 '6ㆍ19대책'에 축배를 들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비롯해서 수차례에 걸쳐 갭투자의 폐해를 고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획과 기사를 다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도 인사청문회와 장관 취임사 등을 통해 “갭투자는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자는 1만6135명이다. 전년 동월의 1만3532명에 비해 불과 1년 사이에 19.2%(2603명)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전체 부동산임대업자의 같은 기간 증가율인 8.2%의 2배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갭투자' 열풍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부동산투자 붐을 타고 중소형 오피스텔 등이 밀집한 서울 강서구 지역 등이 청년 임대업자들의 주무대였다. 

전체 160만5604명의 부동산임대업자 중 50세 이상은 47만8132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29.8%)을 차지했다. 하지만 50세 이상 부동산임대업자의 증가율은 7.0%로 30세 미만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30~39세(증가율 11.9%)와 40~49세(9.8%)도 30세 미만의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비교적 적은 투자금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젊은층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청년 임대업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임대업을 시작하는 이른바 '금수저' 효과가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불리는 서울 강남구에 시·군·구 중 2번째로 30세 미만 임대사업자가 많은 것(487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갭투자는 악마의 투기다.” ‘집을 사 모으기가 취미’여서 82가구의 주택을 갖고 있는 한 경찰간부의 사례에서 보듯 매매가와 전세금 차액을 지렛대 삼아 아파트를 사들이는 갭투자의 폐해는 한둘이 아니다. 

예를 들면 한 가구 당 6억원 미만의 주택은 취득세와 각종 수수료 부담액이 대략 400만원 정도 든다. 2억원만 있으면 1억8000만원짜리 전세 입주자가 있는 매매가 2억원짜리 집 8채를 살 수 있다. 

다시 2년 뒤에는 기존 8가구의 전세 세입자로부터 2000만원씩 전세금을 올려 받은 뒤 갭투자로 아파트 6채를 더 구입한다. 그 2년 뒤 똑같은 방식으로 전세금을 올리게 되면 이번엔 10채를 더 살 수 있다는 것이다.

82가구의 집을 축적한 경찰간부가 어긴 규정은 부동산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한 겸직금지 조항뿐이다. 82가구의 집을 보유한 것 자체는 사실상 문제될 것은 없다. 굳이 갖다 붙이자면 “성실하고 청렴한 생활태도로써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경찰 공무원 복무규정 3조 기본강령’을 근거로 징계를 내릴 수 있을까.

갭투자는 시장 논리와 관계없이 주택 전세값이 올라가고, 집값이 떠밀려 상승하며 시장을 교란시킨다. 그래서 갭투자를 악마의 장난이라 일컫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 서민이나, 예비부부, 청년층 등 미래의 주택 수요자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내집마련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짓이다. 산업화를 지나면서 수많은 투기행위가 있었지만 갭투자만큼 악랄하고, 잔혹한 투기는 없었다.

정부는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내년부터 신(新)총부채상환비율(신DTI)을 도입해 다주택자 돈줄을 원천봉쇄하기로 했다.

신DTI는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강남의 주택시장에 들어왔던 현금 유동성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8·2 부동산대책으로 조합원지위양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반포 개포 등 강남의 재건축단지들은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의 대출규제과 유동성 차단으로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며 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DTI가 적용되면서 집을 여러채 가진 사람이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출과 전세를 끼고 매수에 나서는 갭투자자가 설자리를 잃게 되면서 집값도 과거만큼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도 풍선효과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바로 분양권이다. 기존의 분양권에 대출승계가 가능해 꼭 강남에 들어가야겠다는 수요자는 프리미엄을 얹어서라도 분양권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양권 거래도 위축될 개연성이 높다. 향후 집값의 움직임에서 상승압박에 비해 하락압박감이 더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구태여 적잖은 프리미엄을 얹어서 분양권을 살 필요가 없어져 이 역시 관망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다음 달 중순께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의 자금줄을 차단한다면, 주거복지 로드맵으로는 다주택자들로 하여금 실 거주주택 이외의 다른 주택들은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거나,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등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다주택 주택임대사업자의 혜택을 높여 주택임대사업 등록을 독려하는 한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연간 17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공적임대 주택에 대한 세부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와 전월세상한제는 찬반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사업 등록 의무화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정확한 주택시장 통계로 주택정책의 계량화 △조세정의 실현 △임대사업 양성화 △실효성 있는 전월세 대책 수립 △전월세입자 소득공제 현실화 등의 장점을 들고 있다.

이에 반해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전수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비롯해 △다주택자의 반발 △늘어난 세금만큼 전월세값 상승 △임대사업자 감소로 인한 전월세 가중 △이에 따른 서민주거 환경 불안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반대의 주장 가운데 다주택자들의 반발을 제외하고는 이제는 다 틀린 말이다. 이미 국토부에 주택 관련 빅데이터가 가동되고 있어, 전수조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임대사업자가 고의로 누락시키면 그 피해는 임대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한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마친 다주택자 등에 대해서는 일정의 인센티브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갭투자자가 아무리 악마같더라도 정부는 그에게 집을 사지 말라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주택임대사업, 특히 미등록자들을 제도권으로 양성화할 권한은 있다. 다주택자를 몰아붙일 게 아니라 ‘당근’을 줘서 임대주택사업자로의 변신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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