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전문가, "안전한 새 원전을 짓고 노후 원전은 조기 폐로하는 것이 정부 정책에 부합"

[한국정책신문=나원재 기자]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로 오히려 ‘탈(脫)원전’을 대표로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는 평가가 일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위)가 20일 정부권고안에 담은 핵심 내용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와 ‘원진 비중의 축소’이다. 

공론위의 시민참여단에 대한 공론조사 결과 공사 재개가 59.5%, 공사 중단이 40.5%였다. 공론위는 이 같은 공론조사를 바탕으로 정부에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번 신고리 5·6호기가 아닌 원전 정책에 대해 설문에서는 참여단의 과반이 넘는 53%가 '원전을 축소하고 신재생 에너지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유지 혹은 확대는 각각 35.5%와 9.7%로, 합쳐도 45.2%에 불과하다. 신고리 원전 여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특히 공론화위가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반영해 “앞으로 원전을 축소하는 쪽으로 에너지 정책결정 권고를 했다”고 밝힌 대목은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날 공론위 권고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받아들이는 한편 탈원전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확보한 것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전력생산비율에서 원전 비중을 낮추는 에너지정책으로 대전환을 계획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대선 후보 시절 내걸었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 백지화는 잃었지만, 탈원전을 목표로 하는 클린에너지정책의 명분은 살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17일 취임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신고리 5·6호기 중단에 대해 "대선 공약은 건설 백지화였지만 작년 6월 건설 승인 이후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돼 공약대로  백지화를 밀어붙이지 않고 백지화하는 게 옳은지 아니면 공사를 계속할 것인지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놓고 고심해왔던 문 대통령으로선 공론위를 통해 결론을 내리면서 한 고비를 넘기면 탈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는 데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탈원전 기조에 대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재개된다고 해도 정부의 탈원전 방침이 바뀌진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탈원전 정책 용어를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 바꿔 부르며 신고리 5, 6호기와 관계없이 에너지 전환 정책은 별개의 문제로 추진할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와 관련, 원전 전문가들은 안전한 새 원전을 짓고 노후 원전은 조기 폐로(廢爐)하는 것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부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탈원전에 방점이 찍힌 ‘점진적’ 에너지 전환은 물론 원전 수출 지원책도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스스로는 탈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밖으로는 원전 수출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모순된 태도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백지화를 계기로 탈(脫)원전과 클린에너지정책을 구상했던 청와대로선 이번 권고안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약 철회'가 불가피하게 됐고, 이로 인해 에너지정책의 전환에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번에 시민참여단이 신고리 5·6호기 부분에 대해서만 결정을 내렸지만 이 결정 자체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이는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지형 신고리공론화 위원장으로 부터 정부 권고안을 전달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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