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다가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슴에 맺힌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후배는 말했다. “화병에 결린 것이지요.”

화병은 분노로 표출된다. 분노의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자신이다. 나락에 빠져가는 삶을 역전시킬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없다는 생각과 그에 따른 공포가 스스로의 학대로 모는 것이다. 자학은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징벌이다. 스스로 내린 징벌의 대가는 너무나 참혹하다. 좌절, 체념과 포기가 일상화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정체성이 사라졌는데 어디에서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후배가 화병에 걸린 것은 타인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폭력을 당한 탓이다. 주먹다짐 등 그런 육체적 폭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육체적 폭력이라면 차라리 나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상처는 저절로 낫기 때문이다,

후배가 당한 폭력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밝히라는 정신적 강한 압박이었다. 사실과 진실, 허위와 사실이 뒤섞이는 소용돌이 속에서 여론은 후배를 사정없이 몰아세웠다. 날카로운 가시 돋친 기사가 연이어 대서특필했다. 수년전 일도 오늘의 일인 양 펼쳐졌다. 후배와 얽힌 모든 일은 악으로 묘사됐다,

그놈의 ‘갑질의 대명사’. 후배는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는 받을 수도 없었다.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후배는 두문불출하고 모든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는 칩거에 들어갔다. 사회와의 관계를 끊은 것이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배의 가슴에는 분노가 쌓였다. 분노는 눈을 뜨고 있는 동안 그를 괴롭혔다. 분노를 잊으려고 매일 매순간 잠을 자고 싶었다. 그러나 잠은 쉽게 이를 수 없었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잠을 잘 수도 없었어요. 그냥 울분만 터지고….”

후배의 얘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는 지금 이 사회에 없다, 언제 이 시회에 돌아오질 모른다. 돌아왔다가 또 다시 사라질지 모른다. 아니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가 겪은 폭력의 후유증은 컸다. 진실은 묻어버리고 허위를 사실이라고 인정하라는 압력은 존재로서의 인간을 말살시키는 엄청나고 치졸한 폭력이었다.

폭력의 주체는 여론만이 아니다. 폭력의 주체는 눈에 띄지 않고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런 뉴스 즉 진실을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질타하는 가짜뉴스에 현혹되는 대중들도 일종의 폭력 가해자라는 말이다. 아무런 의식 없이 타인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분명 폭력이자 엄청난 압박이다.

우리는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폭력을 삶의 한 부분으로 당연시하고 있다. 가짜뉴스가 만들어낸 획일화된 의견으로 타인을 억압하는 것이다. 가짜뉴스에 휘청거리는 이웃에 대해 일고의 배려가 없다.

폭력이 난무하는 곳에 혼란이 있다. 사람들은 혼란을 두려워한다. 무질서를 힘들어한다,. 허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회가 혼란스럽다고 개탄을 하는 주체, 즉 우리들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사실과 허위를 구분할 수 없는 인식, 아니 하지 않는 잠들어 있는 의식이 혼란의 주범이다. 그러한 인식과 의식은 부주의로 이어진다. 부주의가 혼란의 근원이라는 말이다.

허나 우리는 사회의 혼란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둔감한 마음으로는 어림없고 예민하고 예민해져야 한다. 예민하다는 것은 민감하게 깨어있는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주의력과 집중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강한 집중과 주의력으로 명확하게 허위를 집어내고 가짜를 걸러내는 것이다.

후배의 얘기는 가짜뉴스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후배의 사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현저히 벌어지고 있다. 후배를 위한 변명을 한 가지만 하자(여러 가지 있다). 그는 자신의 브랜드가게를 여는 직원들에게 총 54억원의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었다, 자신에게 등을 돌린 자에게도 1억원의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었다, 가족도 행하기 힘든 선행이다. 그런 선행이 깡그리 무시되고 그는 악질(?)이 되고 사회를 떠났다.

악질의 얘기는 지금 국회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국회에 계류 중인 프랜차이즈 법안의 뼈대가 갑질의 근절이다. 토론회에 나온 국회의원들은 가짜뉴스에, 즉 허위에 일부 사로잡혀 있었다. 허위로 만든 가공의 갑질이 토대가 되어 프랜차이즈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정보철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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