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권고안 작성·20일 최종 결론 발표...에너지정책은 국가 100년 대계, 신중하게 판단해야

현재 공사가 중단되어 있는 신고리5·6호기 공사 현장. <뉴스1>

[한국정책신문=최형훈 기자]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여론조사 결과는 대한민국의 2가지 정책에서 큰 잣대가 될 것이다.

하나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며, 다른 하나는 비전문가인 일반 시민들의 숙의(熟議·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논의함)가 정부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사상 첫 실험이라는 점이다. 

시민참여단 471명은 지난 13일부터 2박3일 동안 천안 교보생명연수원에서 합숙토론과 마지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공론화위가 17일 대정부 권고안을 작성하고 이를 정부에 제출하면 정부는 이에 기초해 20일 최종 결정을 내린다. 

내일이면 정부에 공이 넘어오는 것이다. 초미의 관심은 시민참여단 여론조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찬반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부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공론화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것을 존중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결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표본이 500명 정도인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를 감안할 때 찬반 격차는 8~9%포인트를 넘어야 의미를 갖는다. 

여론조사를 보면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민간 여론조사에서도 그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와 관련 그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7월 2주차 조사에서는 '중단'이 41%로 37%의 ‘계속 건설’을 크게 앞섰으나 △8월 1주차(계속 40%·중단 42%) △8월 5주차(계속 42%·중단 38%) △9월 3주차(계속 40%·중단 41%) 등으로 나타나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며 박빙의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민참여단의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결과가 나올 경우 정부가 결단을 해야 한다. 가뜩이나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과 재개를 놓고 일반 시민들의 여론도 분열되어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건설공사의 중단과 재개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에 반발과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갈등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탈원전’(脫原電)과 원전유지에 정치적 이념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의 경우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중단을 찬성하는 것은 물론 클린에너지정책에 경도되어 있고, ‘보수인사’의 경우 반대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국가의 100년 대계(大計)를 좌우할 에너지정책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편견이 판단과 호불호의 판단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이것은 분명 정치색에 의해 오염된 판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를 과연 공론(公論)이라 할 수 있는 지 의문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사실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느냐, 재개하느냐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원전 5·6호기의 건설의 여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에너지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건설에서 운영·유지보수·폐로에 이르기까지 100년이 걸리는 사업이다. 따라서 당연히 국가의 에너지100년 대계를 고민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출범과 시민참여단의 숙의를 촛불정신에 비유하기도 한다. 시민주권의 실험이가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도 한다.

수명 5년짜리 정권을 바꾸는 것은 촛불이 할 수도 있고, 우리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국가 100년 대계인 에너지정책이 촛불정신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탈원전이든, 원전유지이든, 그 정책이 촛불정신에 의해 판가름 날 일이 아닌 것이다. 에너지정책은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 따위로 판단할 성질이 아니다.

많이 시민들이 고통과 불편을 느끼고, 공정한 사회 분위기를 저해하는 관행이나, 법, 제도, 관련 정책 등을 숙의 민주주의로 개선하는 것이라면 성숙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만, 국가 대계인 에너지정책은 수명 5년의 정권이 일방향으로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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