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 형식 공판서 부정청탁과 경영승계 등 공방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나원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피고인 5명이 48일 만에 법정에 다시 선 가운데, 날선 신경전이 이어졌다. 1심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 측은 12일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요목조목 반박했다. 양측은 재판부의 고지대로 쟁점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원심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모두발언에서 각각 항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검 측은 “원심에서 재판부가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정청탁은 명시적 청탁뿐만 아니라, 묵시적 청탁도 성립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무죄로 결론이 난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내용에 대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단지원에 공익적인 명분을 내세웠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이 재단 지원이 오로지 공익적 성격을 위한 것으로 믿었다고 볼 수 없다”며 “재단 지원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이번 사건을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근절의 본보기로 삼은 것을 형사재판 본연의 틀을 벗어났다”며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인 증거재판주의가 밀려난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수동적 뇌물공여는 쟁점으로 떠오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만, 대통령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을 사정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선고한 징역 5년의 배경으로 △대통령 요구에 따른 수동적인 뇌물 제공인 점 △부정청탁을 통해 부당하게 얻은 유리한 성과가 확인되지 않은 점 △승계 작업 일환인 삼성 지배구조 개편이 오로지 이재용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해 의사결정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으로부터 승마와 영재센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요구를 직접 받은 당사자는 이를 쉽게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원심 판결에 따르더라도 회사는 수동적 지원행위를 했을 뿐이고, 대통령에게 청탁해 이 부회장이나 회사에 부당하게 성과를 얻었단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와 함께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원심은 많은 부분을 간접사실에 의해 구성요건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증거 원칙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또 “1심 증인으로 나온 김상조가 그룹 지배구조를 공부한 내용을 마치 회사가 그간 추진해온 것인 양 틀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항소심에선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의 접전이 이어졌다. 이 부회장 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한 증거능력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안종범 수첩’을 증거물인 서면으로 판단한 1심 판단에 대해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따르면 안종범 수첩은 전문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원심의 오류를 주장했다.

특검 측은 “혼란이 있기는 하지만 확립된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안종범 수첩은 전문법칙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경험사실을 경험자 자신이 직접 구두로 법원에 보고하지 않고 서면이나 타인의 진술 형식 등 간접형식으로 법원에 전달되는 전문증거(체험자의 직접 진술이 아닌 간접증거)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