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인세 35%에서 20%로 인하…한국은 22%에서 25%로 인상 방침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한국정책신문=나원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제정책이 구제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세제정책의 큰 틀은 법인세율을 낮추고, 기업들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미국으로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낮추면 향후 10년 동안 세수가 약 1조5000억 달러 줄어들지만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미국에 다시 투자하도록 유도해서 약 2조8000억 달러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와 공화당은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인하하고, 최고소득세율도 3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안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파격 인하하겠다고 했었으나 실제로는 20%로 낮추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목표인 20%에 도달하기 위해 15%에서 시작했다”며 15%로 낮추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개혁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은 중산층의 세금을 깎아 실질소득을 높임으로써 내수를 진작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자평했다.

세제개혁안에서 눈에 띠는 것은 다국적 기업의 국내 재투자 촉진을 위해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을 본국으로 들여올 경우 세금을 추가 부과토록 한 현행 규정도 바꾼 점이다.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을 미국에 투자하는 경우 오히려 기업에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은 낮춤으로써 향후 10년 동안 약 1조5000억 달러의 세수부족이 발생하는데, 기업의 해외수익을 미국으로 흡수함으로써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미 행정부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인디애나주 주지사를 지내던 2013년 감세정책을 폈더니 2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실업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는 사례를 들었다.

또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6년 법인세를 인하한 이후 10년 간 3.3%의 경제성장 효과 실업률 감소(80년 7.0%→88년 5.4%), 인플레이션 하락(10.4%→4.2%)효과를 봤다는 근거도 내세웠다.

이밖에 표준공제액은 기혼자들의 경우 2만4000 달러, 개인 납세자들은 1만2000 달러 등 기존보다 각각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주택구입과 기부를 촉진하기 위한 소득공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현행 7단계로 나뉜 개인소득 과세구간은 3단계로 단순화하고 자녀세액공제 혜 택대상도 늘리도록 했다.

◇美, 법인세 왜 내리나?…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35%의 미국이다. 이어 프랑스(34.4%), 벨기에(33%) 등의 순이다. 법인세 최저 국가는 스위스로 8.5%이며, 이어 헝가리(9%)이다. 특이한 것은 국민 복지수준이 한국(22%)보다 훨씬 높은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캐나다 등도 20% 미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법인세 인하는 미국만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다. 영국은 20%인 법인세율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17%까지 낮추기로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도 공격적인 기업 감세 정책을 계속 펴나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앞다퉈 법인세를 낮추는 것은 한마디로 기업 투자환경을 조성해주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법인세 인상은 개인의 재산에 부과하는 보유세만큼이나 인상 여부에 신중해야 한다. 자칫 기업의 투자의지를 꺾고, 투자의욕에 발목을 잡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명 우리는 일자리 창출에 명운을 건듯 하면서도 법인세를 내리는 세계적인 추세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내렸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3%포인트 올려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적용하겠다는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투자·임금 인상·상생협력을 덜하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도 신설해 2020년까지 한시 적용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정책으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가 기업을 압박하는 굵직한 노동정책만 해도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올해 인상분 16.4%) △법정 근로시간 단축(68시간→52시간) △블라인드 채용 △하청업체 직원의 원청업체 직접 고용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지침(양대 지침)의 폐기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자리 대통령’,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는 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 인상 계획과 친노동정책으로 되레 기업의 일자리 창출 의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현 정부는 집값 급등에 맞서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보유세 인상에 대해서는 대단히 신중한 모습이다.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 계획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내수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는 등 수출을 제외하고는 경제의 각 부문이 대단히 어려운 실정이다. 수출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가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따져봐야 한다.

이럴 때 법인세 인상으로, 노동시장의 경직화로 기업의 발목을 옥죄고 있어야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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