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의 금융 쓴소리 단소리]임명하려 말고 주주총회에서 시장논리로 자율결정하자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한국의 검색사이트 네이버에서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검색해본다. 뉴스, 블로그와 카페를 들여다 보면 역대 이사장들의 업적이나 활동성과보다는 취임과 사임, 그리고 인선(人選)과 관련한 스캔들 내용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국거래소의 홍보담당자들이 이사장 홍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법 한데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대한 관심은 오로지 '누가되는가?'에 있다.

지난달 '친박'의 족쇄를 찬 정찬우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가 3년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10월 취임했으니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취임하자 마자 정권이 바뀌면 자리를 떠난다고 측근들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정권교체 이후에는 역대 최단명 이사장이란 불명예를 감수하고 자진사의를 표명했다. 아마도 KEB하나은행 인선에 관여한 것에 대한 검찰 조사 등 현 정부로부터의 압력도 작용했으리라 추측된다.

이제 후임자 인선을 두고 다시 시끄러워졌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나 했지만 정권초기임에도 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놓고 벌어졌던 인선(人選) 스캔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임기 중에는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하다가 취임과 사임 그리고 인선과정에서는 무수한 의혹과 의문을 만든다. 그것은 한국금융계의 최고의 꽃보직(?) 자리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권력 실세들의 욕심 때문은 아닐까? 

도대체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임명직인가 선출직인가 우선 이것부터 살펴보자. 거래소 이사장을 선임하는 절차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에서 후보를 추대하고 주주인 증권사와 선물회사로 구성된 주주들의 총회에서 결정하면 금융위원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으로 정해지도록 되어있다.  이사장을 사실상 결정하는 추천위는 거래소의 사외이사 5명과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대표 각 1명, 금융투자협회 추천 2명 등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천위를 구성하는 위원들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지 않다는 시선을 받는 것은 그들의 선임 자체가 정부관료들의 입김에 의해 정해지기도 하거니와 번번이 행해지는 결정의 결과를 보면 뻔하게 보인다는 생각이다. 작년 정찬우 위원장을 선임할 때는 단독으로 후보를 추천하여 주주총회에서 찬성투표를 하도록 강요했다.

이번 선임에서는 공모를 마감했다가 다시 연장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면 명목으로 신임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모한다고 하였지만 그 논리는 억척에 가깝다. 추가 공모를 받겠다는 것은 현재 접수된 후보들이 모두 이사장으로서는 부적합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기존 후보자들은 서류심사에서 탈락시키고 다시 공모를 받는다면 모르지만 추가로 받겠다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3년도에는 최경수 위원장이 사실상 내정되어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고 2008년 이정한 위원장 시절에는 선임 직후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하는 억측을 통해 위원장을 교체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거래소 이사장도 선출하는 시대가 왔다. 이사장 선정절차와 규정에도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추천위를 앞세워 뒤에서 조종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거래소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민간기업과는 분명 다르고 공적인 성격을 감안해야 한다지만 이제는 공공기관이라는 굴레도 물론 억지로 씌웠다가 다시 풀어줄 수 밖에 없는 경제환경이다. 거래소기업공개, 대체 거래소 설립 등 한국 자본시장 국제화와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산적한 일들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시장과 교감할 수 있는 이사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거래소 이사장직은 대통령측근의 힘있는 분들의 파워게임의 결과 정해지는 임명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정하는 선출직이 되어야 한다.

현 정부는 이제 새로운 역사를 그려가야 한다.
현 정부의 권력자들은 코드에 맞아서 좋아하든 역량이 출중해서 좋아하든 적임자를 추천하는데 까지만 권력을 행사하고 결정까지 하겠다는 오만은 접어둘 때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 프로필

1963년생
삼성물산 관리팀근무
LG투자증권 리서치, 국제영업과 기획팀장 근무 
우리투자증권 IB본부장, 리서치 및 법인영업본부장 근무
우리금융지주 IR담당 부서장으로 근무
(현)인커리지 파트너스 대표

저서 :
비트코인보다 장외주식, 2017년
통일대박을 기대하며,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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