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BS

[한국정책신문=전화영 기자] 깊은 밤 우리를 유혹하는 야식. 한 조사에 의하면 성인 남녀의 53.1%가 최소 1주일에 1번 이상 야식을 먹는다고 답했다. 24시간 편의점과 음식점 및 배달 음식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맛있고 다양한 야식을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야식 공화국, 대한민국. 습관적인 야식도 중독이다. 망가진 생체시계가 불러오는 비만과 당뇨, 심혈관 질환까지. 야식 중독에 빠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인체의 무서운 경고. 소리 없이 우리 몸의 근간을 망가트리는 치명적인 야식의 유혹과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알아본다.

▶ 24시 대한민국, 야식 전성시대

무더운 열대야에 잠들지 못하는 도시. 그중에는 특히 먹어야 잠드는 사람들이 있다. ‘야식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은 아침과 낮에는 식욕 부진을 느끼는 반면 저녁 7시 이후 식사량이 하루 전체 섭취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증상으로 대표되며, 많은 경우 불면증을 동반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유독 밤에 즐기는 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에는 그만큼 야식을 즐기는 인구도 많다.

실제로 2014년 동아일보와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야식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중 5명 이상(53.1%)은 1주일에 한 번 이상 야식을 먹는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야식 문화가 이처럼 급속도로 발달한 데에는 야근 등으로 밤늦게 활동하는 인구가 많고, 24시간 편의점 및 배달 음식의 발달로 쉽고 간편하게 야식을 먹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밤늦게 먹으면 맛있고 기분 좋은 야식, 과연 우리 몸에도 좋을까? 밤에 먹으면 살찐다는 말은 정말 사실일까?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야식과 건강에 관해 궁금했던 모든 것을 알아본다.

▶ 대사성 질환의 주범, 폭식보다 야식이 문제

늦은 밤 ‘치맥’ 한 잔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야식을 먹는 것이 무슨 질병일까 싶지만, 많은 비만 전문의들은 폭식보다 야식이 문제라고 말한다. 아침에 먹으나 밤에 먹으나 어차피 총 칼로리 섭취량은 같다면 ‘조삼모사’가 아닐까 싶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에 발표된 해외 연구에 의하면, 하루 섭취 열량을 똑같이 1,400kcal로 제한하는 다이어트 실험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저녁을 가볍게 먹은 그룹의 몸무게와 허리둘레가, 아침을 가볍게 먹고 저녁을 든든히 먹은 그룹보다 훨씬 많이 줄어든 결과를 보였다. 얼마나 먹느냐가 아니라 언제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이 안 와서, 습관처럼 먹는 야식은 야금야금 우리 몸을 망가트리고 있다.

잠들지 않는 야식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이른바 ‘먹방’이다. 인터넷 방송에서 ‘갓형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BJ 김형욱(39) 씨는 요즘 일주일에 4번 ‘먹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어서 시작했지만, 이틀에 한 번 꼴로 밤에 2시간씩 먹으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일이 그에게도 쉽지만은 않다.

최근에는 배탈이 잦아지면서, 평소 3개씩 끓여 먹을 만큼 좋아하던 라면도 잘 먹지 않게 됐다. 병원 검사 결과 비만과 당뇨 및 지방간 등 김형욱 씨의 현재 건강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항상 걱정이다.

한편 취업을 위해 공부 중인 조인규(가명, 30) 씨 역시 밤에 먹는 증상을 호소한다. 특이한 점은 낮 동안에는 허기를 별로 느끼지 않다가, 밤에 자다가 깼을 때는 식욕을 주체할 수 없어 음식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때 먹지 못하면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나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이다.

벌써 10년째 계속돼 온 이 증상이 심할 때는 하룻밤에 5~6번씩 잠에서 깨다 보니,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 항상 피곤함을 느끼고 학업에도 지장이 많다. 더군다나 먹고 바로 누워서 자기를 반복하다 보니, 최근 건강검진에서는 만성 위염 진단까지 받아서 건강이 더욱 걱정되는 상태다.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김형욱, 조인규 씨의 식욕 호르몬 검사를 진행했다. 야식을 자주 섭취하는 두 사례자의 호르몬에서는 어떤 특징이 발견되었을까?

▶ 생체리듬과 호르몬의 균형을 교란시키는 야식

우리 몸에서는 식욕을 조절하기 위해 그렐린(Ghrelin)과 렙틴(Leptin)이라는 두 가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들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낮에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밤에는 에너지를 축적하도록 정교하게 세팅돼 있는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밤에는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시킨다. 그런데 반복적인 야식 섭취로 생체시계가 망가진 야식증후군 환자의 경우에는, 일반인에 비해 야간에 렙틴과 멜라토닌 수치가 낮은 경향을 보이고 상대적으로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은 높게 유지되어 잠을 자지 못하고 야식을 찾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제때 먹으면 혈당이 오른 후 다시 식사 전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야식을 먹을 경우에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과다 분비됨에도 식후 혈당이 떨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되는 고혈당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인슐린 저항성은 밤에 섭취한 잉여 에너지를 지방으로 축적하게 하고, 축적된 내장지방은 염증 물질을 분비하여 각종 대사증후군 발병의 원인이 된다. 때문에 특히 당뇨병 환자가 야식을 자주 섭취할 경우에는 혈당 조절에 더욱 문제가 생기고,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한다.

충남 아산에 사는 강수자(74) 씨는 30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다. 매일 약을 먹고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서도 혈당 관리가 힘들어, 혼자 쓰러져 있다가 이웃들에게 발견된 것도 여러 번이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다 보니 혈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면 급히 먹을 것을 찾던 것이 습관이 되어, 이제는 자기 직전 침대 머리맡까지 음식이 끊이지 않는다. 밤까지 계속 음식을 먹다 보니 체중도 부쩍 늘어서 당뇨 합병증 등 건강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새벽까지 주점을 운영하던 유성민(51) 씨는 20년간 운영해 온 가게를 최근 정리했다. 갑자기 찾아온 당뇨와 협심증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차고 걷는 게 힘들어져 병원에 갔다가 관상동맥이 많이 막혀서 좁아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평소 가게 일을 하느라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오래 하면서,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하고 새벽까지 야식을 자주 먹던 생활이 무서운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이처럼 야식은 단순히 비만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당뇨와 심혈관 질환 등 더욱 치명적인 문제의 원인이 된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건강한 생체리듬을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은 무엇일까?

▶ 야식증후군 극복의 지름길, 아침 식사를 하자

생체시계의 규칙적인 리듬이 망가지면서 발생하는 야식증후군은 사실 사회적 리듬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노동시간이 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경우 잦은 야근과 회식 등으로 밤늦게 깨어 있으면서 야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야식 메뉴 대부분이 고당, 고탄수화물 음식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직장인들은 아침에 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아침 식사를 거르면 공복 시간이 길어져 그렐린 수치가 높아지고 점심과 저녁에 폭식의 위험이 증가한다. 때문에 야식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렙틴과 그렐린이 균형을 이루어 안정적으로 분비될 수 있도록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첩경이다.

야식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스트레스나 우울과 불안, 자신감 상실 등 심리적·정신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섭식 습관을 정확히 파악하고 고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에 사는 김필순(63) 씨는 저녁 이후 식사량이 하루 섭취량의 80%에 달했다. 아침에는 심한 무기력증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밤이 되면 상을 차려서 술과 함께 음식을 지겨울 때까지 먹고, 잠이 오지 않아 밤새 뜬눈으로 뒤척이다가 또다시 무기력한 아침을 맞이하기를 10년째 반복해 왔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꿔 보고자 화실에 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증상이 개선되지는 않았다.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김필순 씨를 비롯해 심각한 야식증후군으로 비만과 당뇨 등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참가자 3명과 함께 ‘야식증후군 극복 프로젝트’를 3주 동안 진행했다. 영양 상담을 통해 현재 식습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야식증후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을 진행한 뒤, 아침을 거르던 습관을 바로잡고 생체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3주 동안 참가자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3주 뒤 참가자들의 몸에는 놀라운 변화가 생겼는데. 참을 수 없는 야식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이번 주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알아본다. 30일 밤 10시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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