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미지 타격, 돈으로 환산 어려워…무소불위 정치권력 기업 옥죄는 구조 깨야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실형선고는 범죄집단으로 전락한 삼성그룹은 차치하더라도 한국 경제에 적잖은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어떤 후폭풍?’하고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절대적인 비중이나,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을 보면 얘기가 사뭇 달라진다. 삼성전자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3%(2016년 기준), 법인세 납부액의 7.1%(2016년 기준),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1.28%를 떠맡고 있다.
후폭풍에 대한 우려는 해외에서 먼저 제기됐다. 당장 국제적인 신용평가사들이 나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는 이 부회장이 몸 담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리더십 부재’로 인한 전략적 결정과 투자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렸다.
피치는 삼성전자가 리더십 부재로 투자 지연, 타 기업과의 전략[한국정책신문=방형국 편집국장] 적 제휴 등에서 경영 시스템에 변화가 생겨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S&P는 법정 공방과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삼성전자의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수합병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예상대로라면 여기에 1심 유죄 판결로 비리기업의 낙인이 찍히면서 세계 7위(인터브랜드 조사)까지 오른 브랜드가치도 크게 떨어질게 분명하다. 이 경우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제조업체인 삼성이 범죄집단으로 전락하는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브랜드 이미지의 추락은 이미 예견된 바다. 삼성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 때부터 이미지가 크게 떨어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의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50’ (World’s Most Admired Companies)에서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탈락했다. 지난해 35위에서 올해 50위권 밖으로 벗어난 것은 지난해 갤럭시 노트 7 사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가 끼친 영향도 적잖다는 게 재계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 부회장의 뇌물혐의가 확정되면 국외적으로는 삼성전자가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부담스럽다. 글로벌 마켓에서 삼성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대규모 투자집행, 신규사업 진출 등에 대한 총수의 결단과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둘째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해외기업의 인수합병(M&A)이 불가능해질 공산이 커졌다.
경영방어에도 큰 구멍이 뚫렸다. 우리나라는 기업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전무한 실정에서 삼성은 지난 2015년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크게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리더십 부재로 인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의 고배당 요구와 경영간섭, 더 나아가 경영권 위협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의 1심 선고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을 뒤집어 보면 정치권력이 기업을 옥죈 것에 다름아니다. 무소불위의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끈질긴 요구를 거부하면 보복을 당하고, 그 요구를 들어주면 뇌물죄로 처벌받는 구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