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편의성과 약효 제고…한미약품·일동제약 허가, 유한양행·보령제약도 개발

국내 제약사들이 평생 약을 복용하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들의 편의성과 효능을 높이기 위해 '고혈압 3제 복합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정책신문=김소희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들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효과도 높이기 위해 3가지 성분을 결합한 '고혈압 3제 복합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고혈압치료제는 한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문제는 약 복용 초기의 경우 1가지 성분의 약만 복용해도 혈압이 떨어지지만, 이미 오랜 시간 약을 복용한 환자의 경우 2가지 이상의 약을 함께 복용해야 혈압강하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의 절반 이상이 2가지 이상의 고혈압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치료의 최신 진료지침도 혈압강하효과와 혈압변동성 관리를 위해 2가지 이상의 성분을 함께 복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반감기)이 길어지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우수하면서 부작용을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1가지 또는 2가지의 고혈압치료 성분에 이뇨제를 추가로 처방하고 있는 추세기도 하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복용해야 하는 약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제때 챙겨먹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혈압강하 등 혈압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제약업계는 이러한 환경을 감안해 3가지 성분이 하나의 약으로 결합된 3제 복합제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에 출시된 3제 복합제는 한국다이이찌산쿄의 '세비카HCT(성분 올메사르탄+암로디핀+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가 유일하다. 세비카HCT는 출시 첫 해인 2013년 44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한 데 이어 2014년 107억원, 2015년 193억원, 2016년 249억원 등 처방액이 매년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141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고혈압 3제 복합제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첫 번째 고혈압 3제 복합제인 세비카HCT가 출시된 이듬해 곧바로 1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할 만큼, 고혈압 3제 복합제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는 잠재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과 일동제약이 최근 국산 고혈압 3제 복합제로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면서 한 발 앞선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6월29일 식약처로부터 로사르탄과 암로디핀, 클로르탈리돈 등 3가지 성분을 결합한 '아모잘탄플러스'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한미약품은 오는 9월 아모잘탄플러스의 약가등재를 기대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 7월25일 텔미사르탄과 암로디핀,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등 3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투탑스플러스'의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현재 약가등재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과 일동제약보다는 늦었지만, 고혈압 3제 복합제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사로는 유한양행과 보령제약도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텔미사르탄과 암로디핀, 클로르탈리돈 등을 결합한 'YH22162'의 임상3상(허가 전 마지막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출시 일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요즘 3제 복합제가 강세고, 경쟁사나 복제약 방어 등의 대비를 위해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령제약은 올해 8월17일 피마사르탄(제품명 '카나브')과 암로디핀,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등을 결합한 'FAH정'의 임상1상을 허가받았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2020년 출시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자사 대표제품인 카나브 라인업을 확장하고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FAH정 등 카나브 패밀리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018년 9월12일 세비카HCT의 PMS(시판 후 조사; 신약이 출시된 후 4-6년 동안 600-3000례의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 경험, 유효성, 안정성을 관찰하고 용법·용량에 따른 부작용 등을 식약처에 보고하는 제도) 기간이 만료된다는 점도 시장 경쟁을 부추길 전망이다.

내년 9월13일 이후에는 세비카HCT의 복제약까지 고혈압 3제 복합제는 시장에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앞서 올해 2월13일, JW중외제약은 식약처로부터 세비카HCT 복제약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오리지널 의약품과 유효성·안전성이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을 승인 받았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세비카HCT가 독점하고 있는 고혈압 3제 복합제 시장에 한미약품과 일동제약의 제품까지 등장하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령화에 따른 고혈압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3개 제품과 내년에 출시되는 세비카HCT의 복제약 등 고혈압 3제 복합제 시장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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