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더블스타 "인수가격 7000억원 대로 낮춰달라" 요구…채권단, 수용 방침

[한국정책신문=강준호 기자] 중국 더블스타타이어가 채권단에 요구한 금호타이어 인수가격이 7000억원 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종전 인수가격은 9550억원이었다. 

더블스타는 인수 후 우발채무에 따른 손해배상한도(최대 16.2%)를 매매계약 가격에 반영, 영업 적자를 기록한 금호타이어 가치 하락분만큼 추가로 가격을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16.2%(1547억원)+α'의 인수금액 조정을 공식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요구를 받아들여 인수가격을 낮추면 금호타이어 ‘인수 방정식’이 꼬일대로 꼬여 복잡해진다. 금호타이어 매매금액이 7000억원 대로 내려가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하고, 인수자금 조달 부담도 덜어져 재인수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인수가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던 박삼구 회장에게는 ‘희망의 불씨’가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다음 주 주주협의회 회의를 열어 △금호타이어 매매가격 조정 △우선매수권 컨소시엄 허용 등 두 가지 안건에 대한 서면결의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나중에 갚아줘야 하는 '우발채무' 손해배상 한도(16.2%)를 매매가격에 즉각 반영하고, 실적 악화를 이유로 추가 가격 인하를 공식 요청해 왔다"며 "현재 더블스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블스타의 인수가격 요구는 지난 3월 채권단과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에 기인한다. 양측은 당시 금호타이어 지분 42.01% 를 9550억원에 매각해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더블스타는 채권단 측에 매각 선결조건으로 ‘실적유지’를 명시했다.

매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5% 이상 하락할 경우 아무런 조건 없이 매각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금호타이어가 올해 상반기 50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558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계약 완료시점인 9월 23일까지 금호타이어가 흑자로 돌아서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매매계약 해지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우발채무가 생기면 채권단이 물어줘야 하는 손해배상 한도를 최대 16.2%(1547억원)로 정했다.

채권단은 가격 인하 요구를 받고 손해배상 한도만큼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영업 실적 악화를 반영해 매매금액을 더 인하할 것으로 요구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 종결을 위해 더블스타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16.2%(1547억원)의 가격 조정을 변경되는 SPA에 반영하고, 추가 인하 협상을 통해 최종 매매대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매매금액은 협상 결과에 따라 9550억원에서 7000억원 대로 대폭 낮아지게 됐다.

SPA가 변경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도 즉각 부활한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줄곧 요구해 온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우선매수권 행사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새로운 가격 조건이 반영된 새로운 SPA를 체결하는 만큼 우선 매수권자의 컨소시엄 구성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 

박 회장으로선 보유 자금을 포함해 전략적 투자자(SI)·재무적 투자자(FI) 등을 유치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기회가 다시 열린 셈이다. 우선매수권 행사 가격도 7000억원 대로 대폭 낮아져 자금조달 부담도 훨씬 덜게 됐다. 

이로써 더블스타로의 금호타이어 매각에 올인했던 채권단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반응도 챙겨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선 박 회장과의 재협상도 염두해야 할 판이다.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간 협상 국면이 만들어질 경우 컨소시엄 구성 문제가 전면 재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채권단은 다음 주 주주협의회를 소집해 금호타이어 매매가 조정과 우선 매수권자 컨소시엄 허용 등 두 안건에 대한 서면 결의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관건은 박 회장의 자금조달 능력이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구체적이고 타당한 컨소시엄 구성 방안'을 제출할 경우 금호타이어를 싼값에 다시 품을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우호 투자자 물색을 위해 본격적인 자금조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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