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 피했지만 검찰 수사·금감원 감리 등 불확실성 여전"

방산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이 7월26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에 대한 두번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대표적인 방산주이자 미래성장주로 인기를 끌었던 한국항공우주(KAI)가 방산비리 의혹에 이어 분식회계 논란으로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한국항공우주의 반기보고서에 대해 '적정' 의견을 내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기업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도 분식회계 논란에 대한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검찰과 금융감독원 조사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한 투자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목표주가를 줄이어 햐향조정하고 나섰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는 종가 기준 전일대비 250원(-0.58%) 하락한 4만2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나오기 전날인 지난달 13일 6만1000원에 거래를 마친 한국항공우주 주가는 방산비리 혐의에 따른 검찰 수사 영향으로 한 달 새 30%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 14일엔 연중 최저가인 3만6900원까지 떨어졌다.

검찰은 KAI가 수리온, T-50, FA-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의 한 항목인 개발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수백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분식회계 논란도 주가 급락에 한몫했다. 지난 14일 한국항공우주는 기존에 발표했던 2013~2016년 회계처리 오류에 따른 재무제표 수정 결과를 정정공시했다.

수정 결과 4년 동안 매출액은 350억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34억원, 당기순이익은 427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지난 2009년부터 외부감사를 맡아온 삼일회계법인이 한국항공우주의 반기보고서에 대해 '회사의 재무 상태를 적정하게 표시했다'며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한공항공우주의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분식회계에 대한 우려는 줄었지만 이에 대해 여전히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데다 금감원도 감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권사들은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줄줄이 낮췄다.

NH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9만9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52% 내렸다. 위험인으로 △금감원·검찰 조사 과정에서 추가 비리 밝혀질 가능성 존재 △수리온(한국형 기동헬기) 사업 매출 하락·수금 지연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정부 납품 물량 수익성 저하 등을 꼽았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의 수출 성장성과 국내 독점적 지위를 감안하면 이번 방산비리 이슈도 일시적인 성장통"이라면서도 "현재 발생하고 있는 단기 위험요인들이 간과하기에는 다소 무거운 사안들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유안타증권도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목표주가를 7만2000원에서 4만1000원으로 43% 하향조정했다. 최악은 면했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은 점은 의도적인 대규모 분식회계 가능성이 작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수리온 사업 추가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반기보고서 발표 이후 주가는 급등했지만 여전히 감리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단기간 투자심리가 회복되기는 어려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목표주가 4만8000원을 유지했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도 "회계감사와는 별도로 감리와 검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동사의 신규수주에 근거한 하반기 실적 성장으로만 단기간에 투자심리가 정상화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변경된 회계기준 아래에서 과거대비 완제수출 매출 인식속도는 빨라지고 국내 방산프로젝트 매출 인식속도는 느려진다"며 "올해 부진한 매출액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올해 말 완제기 수출 수주 여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IBK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삭제했다.

IBK투자증권은 과거 재무제표에 대한 정정공시를 냈지만 분식회계 의혹으로 신뢰도가 낮아져 기업가치 산정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목표주가는 직전에 제시했던 8만원을 삭제하고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식회계가 아닌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번에 정정공시를 통해 이를 바로잡았고 17년 상반기에 리스크를 반영해 손실을 떨어냈다는 측면에서 주가 반등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향후 금감원과 검찰이 이 부분(인식시점과 진행률 차이 등)을 인정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직전에 제시한 7만7000원의 목표주가를 삭제하고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향후 실적 추정에 중요한 근거자료가 부족해 목표주가 산출이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변경된 매출인식 기준으로 단기 매출액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며 "반기보고서 검토의견이 적정으로 나와 관리종목 지정 우려는 면했지만 과거 실적에 대한 변경이 큰 폭으로 이뤄졌고 회계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근거자료가 부족해 목표가 산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