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기자회견-외교ㆍ안보분야] "위안부, 사회 문제 된 것은 한일회담 훨씬 이후의 일"
"한일회담에도 불구, 개인이 미쓰비시 등 상대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적 권리는 남아있다"

[한국정책신문=최형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한반도 6·25 전쟁으로 인한 그 폐허에서 온 국민이 합심해서 이만큼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는데 두번 다시 전쟁으로 그 모든 것을 다시 잃을 수는 없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 입장도 다르지 않다"면서 "강도 높은 제재를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강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모든 옵션에 대해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겠다 약속한 바 있다"면서 미군의 군사조치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계속 도발적인 행위를 할 경우 더 나아가 북한이 미국에 대해 공격적인 행위를 할 경우 미국이 적절한 조치를 할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레드라인(한계선)'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적어도 한반도에서의 군사 행동 만큼은 한국이 결정해야 하고 한국과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 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단계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아야 한다"며 "그 점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함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번 유엔 안보리서 사상 유례없는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조치를 만장일치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적 도발을 멈춰,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재차 시사했다. ‘대화 여건’이 갖춰지는 것을 전제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그때는 북한에 특사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1960년대 한일회담으로 다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알려지고 사회 문제가 된 것은 한일회담 훨씬 이후의 일"이라며 "강제징용자 문제의 경우도 양국간 합의가 개개인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양국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징용자 개인이 미쓰비시 등 비롯한 상대회사를 상대로 가지는 민사적인 권리들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 한국의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그런 과거사 문제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며 "그래서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대로, 미래지향적 발전 위한 협력은 협력대로 별개로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형식과 장소, 자리 배치, 진행 방식 등 다양한 면에서 이전 정부와 크게 달랐다.

이번 취임 100일 회견은 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각본 없는' 회견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인사를 겸한 모두발언에는 약 5분간만 할애하고 나머지 50여분동안은 총 15개의 '무작위 질문'을 받았다.

이전 정부에서는 사전에 질문할 언론사와 기자가 정해졌고, 대략적인 질문 내용도 청와대가 미리 파악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엔 준비된 답변을 읽어내려갔고, 2015년에도 질문 내용과 순서가 사전에 정해진 채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기자회견 장소도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이 아닌 '영빈관'을 택해 역대 대통령들과 차이를 보였다. 내외신기자 250명을 수용하려면 더 넓은 장소가 필요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영빈관 내 자리 배치도 대통령과 기자단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반원형'으로 배치됐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100일 기자회견은 한 것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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