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삼성의 은행권 진출, 은산분리 원칙에 위배…文정부 부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에 대한 발행어음(단기금융) 신사업 인가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이라는 변수를 만나 급제동이 걸렸다.

삼성증권은 보류된 발행어음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초대형IB 사업을 차질 없이 준비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삼성증권의 초대형IB로 은산분리 원칙이 깨질 것을 우려해 정부가 사실상 '인가불허'를 천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대주주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삼성증권에 대한 초대형IB 심사 보류 통보를 내렸다.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대주주 적격심사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은 20.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0.06%밖에 되지 않지만 삼성증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대주주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주주 자격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는 삼성증권의 초대형IB 인가가 보류된 '진짜' 배경에는 정부가 은산분리 원칙이 깨질 것을 우려해 인가를 내주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사실상 금산분리 원칙이 깨졌는데 삼성증권의 초대형IB로 은산분리 마저 깨질 수도 있다"며 "삼성의 삼성생명을 통한 은행권 진출이 '은산분리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심사가 보류된 발행어음 사업을 제외한 초대형IB 인가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융 지배구조에는 문제가 없음에도 금융당국이 (이재용 부회장을)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까지 범위를 넓혀 심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혹스럽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면서 "다만 발행어음 사업에 대해서만 심사가 보류됐기 때문에 나머지 사업에 대해서는 계속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에 대한 심사가 최대 7년 이후로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3심까지 진행되고 여기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 삼성증권은 형 집행이 끝난 후 5년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대주주는 '금융투자업 규정 제8-85조'에 규정된 대주주 요건을 갖춰야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규정에 따르면 대주주가 금융 관련 법령이나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대주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주주가 형사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집행유예 상태인 경우 등에는 자본시장법상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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