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없는 사무실’ 만들려고 프린터도 없애는데

삼성화재는 최근 보험설계사를 통한 모든 보험가입 절차를 일체의 종이서류 없이 전자청약만으로 완결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삼성화재>

[한국정책신문=주가영 기자] 최근 보험사는 종이를 없애고 있는데 반해 금융당국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불필요한 서류를 줄이고 업무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종이 없는 사무실’ 만들고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보험설계사를 통한 모든 보험가입 절차를 일체의 종이서류 없이 전자청약만으로 완결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불필요한 서류를 줄여 종이 낭비를 줄이고 업무에 대한 편의성은 높이기 위해서다. 고객들 역시 개인정보가 포함된 청약서부본과 보험증권을 암호화 처리 후 제공받을 수 있어 보안성도 강화됐다.

AIA생명은 과다 제작되는 인쇄물에 대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통합문서관리센터(Total Document Center, TDC)’를 만들었다.

통합문서관리센터에는 필요 설비와 함께 편집·교정 디자이너를 포함한 다수의 인쇄 전문가가 상주한다. 인쇄전문가들은 모든 부서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종류의 인쇄물 제작 요청을 접수하고 편집에서부터 인쇄․검수․수정 그리고 차후 최종 승인과 발행 등 전 제작과정을 통합 운영한다.

30장이든, 3000장이든 물량에 상관없이 자체 제작으로 모든 과정을 소화하기 때문에 시간은 물론 비용 절감이 용이하다.

앞서 보험사들은 전자청약을 시행하면서 종이서류를 점차 줄여나가는 추세다.

보험설계사들에게 태블릿PC를 지원하고 전자서명의 보안성 강화를 위한 프로세스, 서명 누락 방지장치도 만들어 보안성과 완결성을 높였다.

그전까지 보험설계사는 보험 상품 안내 자료, 상품 설명서, 가입설계서, 청약서, 약관, 정보 활용 동의서 등 고객 1명당 100장에 달하는 종이를 들고 다녀야 했다.

반면 금감원의 상품 비교·설명 의무제도는 보험사들의 이런 행보와 반대되는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4월부터 500인 이상 GA들은 상품계약시 고객에게 상품비교설명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상품비교설명 확인서에는 보험가입내용, 비교설명을 들은 3개 이상의 보험회사와 보험상품 목록 등을 고객이 직접 작성하고 자필 서명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제도 시행으로 보험설계사와 계약자는 서류가 한 장 더 늘어나 이를 또 설명하고 작성하는 시간과 종이서류 한 장이 더 들게 된 것이다.

한 GA의 설계사는 “굳이 종이서류가 아니더라도 방법은 있을 텐데 전자청약 등으로 서류를 줄이거나 없애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종이문서를 하나 더 만든다는 것은 되레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보험계약 만기시까지 보관하는 것도 장소나 보안 측면에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종이 한장 더 받아서 불완전판매를 줄이겠다는 발상도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태블릿PC와 클라우드 기반이 확산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정보공유 및 열람이 가능해지고 있다”며 “일부 보험사는 아예 인쇄물을 만들지 않기 위해 프린터도 없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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