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뒤집어 보기]2022년까지 30조6000억원 투입 예정…전문가 "재원 확보 대책 시급"

문재인 대통령이 9일 MRI·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등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공표하자, 의약계가 "확실한 재정 확보대책이 없는 이상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정책신문=김소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발표했다. 이에 의료 전문가들은 재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국민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9일 △선택진료 △상급병실 △MRI 및 초음파 △생애주기별 한방의료 서비스(이상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치매환자 본인부담률 10%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률 30%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5% 부담(이상 본인부담률 완화) 등을 담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2017년과 2018년에 약 3조7000억원을 우선 투입할 예정이다.

재원은 2016년까지 누적돼 있는 20조원 규모의 적립금을 활용하겠다는 것. 부족한 재원은 정부지원 확대, 보험료 수입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건강보험 적자는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보험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0년에 19조원의 건강보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우려는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한정된 재원에서 과도하게 보장할 경우 오히려 급격한 보험료 인상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금 보면 청사진만 그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가 보장하는 범위가 크면 클수록 재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확실한 재정확보 대책이 없는 상황인데, 정부는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강화대책은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자 했다면 의료계와 함께 정교하게 정책을 설계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반발과 충돌, 실패를 예고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제약업계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재정을 투입하기 위한 재원 확보가 결국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료비 부담을 줄여준다고 하니 처음에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한편으로는 보장성 강화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분야로의 투자가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누적돼 있는 적립금은 20조원인데, 5년 동안 3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한다고 하더라. 10조원 이상 부족한 상황인데, 재원 마련과 관련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않았다.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오를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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