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개선 효과 있어"…"조달비용 낮아져 공매도 증가할 것"

셀트리온.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코스닥 시장의 '대장주' 셀트리온을 코스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상장이 공매도 방지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조달비용이 낮아져 공매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소액주주 운영위원회는 지난 7일 '코스피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동의서'를 사측에 전달했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3% 이상이면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게 된다.

운영위는 지난 5일부터 코스피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동의서를 받고 있는 가운데 셀트리온에 1차로 임시주총소집에 대한 동의서를 발송한 상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소액주주들로부터 임시주총 소집 동의서를 받고 상법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소액주주들은 코스피 이전으로 수급 개선과 공매도 억제 등 두 가지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에는 코스피 이전 추진을 위한 동의서의 목표치 1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이후 운영위는 지역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적극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상장하면서 셀트리온에 공매도 세력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공매도를 줄이고 진성 투자자본을 유입해 셀트리온 주가가 제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이 코스피 이전상장을 요청하는 이유는 '공매도' 때문이다. 그동안 공매도 탓에 기업가치(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데다가 신규 투자자가 진입을 꺼린다는 주장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기법이다.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빌렸던 수량만큼 주식을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거래를 말한다.

합법적인 행위지만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두고 하는 투자이기 때문에 공매도 물량이 늘어날수록 향후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대량 매매 등 인위적으로 주가 하락을 유도해 주식 가치에 피해를 입기기도 한다.

그동안 셀트리온에게 '공매도'는 '손톱 밑 가시' 같은 존재였다.

회사가 크게 성장하던 2012년 당시 셀트리온은 공매도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한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이 실패했다', '중국 임상에서 2명이 사망했다' 등의 악재성 루머가 떠돌면서 주가급락 등 피해를 입었다.

당시 셀트리온은 금융당국에 불법 공매도 조사를 요청했지만 조직적인 공매도 행위, 세력은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할 경우 수급개선 효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코스닥에 비해 안정적인 종목을 선호하는 신규수요와 가치투자 수요, 기관투자자 수요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 수준의 시가총액을 지닌 종목은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면 기계적으로 들어오는 패시브 자금들이 많아 수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시가총액에 비해 기관, 특히 외국인 보유수량이 매우 적다"며 "이전상장시 곧바로 코스피200지수내 상위종목에 편입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은 1200원(1.11%) 상승한 10만9400원에 거래를 마감, 시가총액은 13억4129억에 달한다.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에스디에스(24위, 13억7732억원), LG(25위, 13억2696억원), 롯데케미칼(26위, 13억2474억원)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코스피 이전상장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처럼 공매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부정적이다.

신현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로 가면 수급의 안정성이라는 장점이 있을 수는 있지,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한다고 해서 공매도가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주식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공매도 투자를 하는 것이지 떨어뜨리기 위해서 공매도를 하진 않는다"며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가면 주식을 더 싸게 빌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겨 오히려 공매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상장은 이제 셀트리온의 선택에 달렸다.

김형기 셀트리온 사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후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가능성에 대해 "지금 당장 확답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코스피 이전 상장 가능성에 대한 여운을 남긴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