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뒤집어 보기] "의료서비스 질 향상 기여 기대"vs"선진국 수준 의료시스템 갖추는 것부터"

<픽사베이 제공>

[한국정책신문=김소희 기자] 보건당국이 95곳 종합병원의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환자경험평가제'를 놓고 환자단체와 의료계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기대감을 보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선진국 수준의 의료시스템부터 먼저 갖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보건정책에 혼선이 우려된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7월17일부터 3-4개월간 상급종합병원 및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등 95곳에 1일 이상 입원하고 퇴원한 지 8주 이내인 19세 이상 환자 약 15만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한다.

이번 조사는 입원 기간 동안 환자가 경험한 의료서비스 질을 확인해 의료서비스 질 개선에 활용하고자 마련됐다.

조사내용은 △의료진들이 환자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는지 △치료과정 중 치료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했는지 △퇴원 후 치료계획·입원 중 회진시간 등 정보제공을 받았는지 등 환자가 입원하면서 겪었던 경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보건당국은 이 조사가 국민이 느끼는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진료과정에 참여하는 환자중심 의료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환자들도 자신들의 경험이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환자중심의료 시대에 병원에서의 의료서비스 개선과 환자안전 향상을 위해 환자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며 "환자경험평가가 의사와 환자에게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서로간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에서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서비스 부분의 기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계는 냉소적이다. 저수가, 인력부족 등의 의료계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의료선진국 수준의 의료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환자경험에 입각해 의료인과 병원시설 등 의료서비스 전반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수가, 인력부족 등 의료계가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친절하게 환자를 응대하며 병원시설을 정기적으로 보수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다는 의미다. 환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의료서비스 전반을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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