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전 삼성 미전실장, "후계자가 책임질 일 만들 필요없어 이 부회장 모르게 승마지원"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소희 기자]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66)이 삼성전자의 '승마지원'에 최순실(61)씨가 관련돼 있는 내용을 이재용 부회장(49)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최 전 실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의 승마지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증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신문에 "후계자(이 부회장)가 책임질 일을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승마지원이 최씨의 무리한 요구로 이뤄졌다는 보고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2차 독대 당시 승마협회 건으로 질책받았다. 전임 회장사인 한화보다 지원이 미진하단 것이 질책 사유였다.

삼성 측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독대 후 이를 최 전 실장에게 알렸고, 최 전 실장은 구체적인 질책 사유를 알아봤다. 이를 위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기 위해 독일로 급히 출국한다.

박 전 사장은 자신의 피고인신문에서 "독일에서 박 전 전무로부터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는 말을 듣고 최씨의 영향력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최 전 실장을 포함한 그룹 수뇌부가 최씨의 존재를 이때 처음으로 인지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부회장만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게 이들이 공통된 증언이다.

박 전 사장은 박 전 전무로부터 들은 내용을 최 전 실장에게 알리며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했고, 최 전 실장은 지원을 승인했다.

최 전 실장은 이같은 보고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를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유언비어 같은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마지원과 관련된 개요는 후에 이 부회장에게 어떤 기회가 있어서 얘기했다"면서도 "정유라씨에 대한 이야기는 끝내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실장은 "지금 와서 보면 이 부회장한테 보고했다면 '스톱'을 해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 전 실장은 또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아니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이 아니기에 미전실의 의사결정이나 과정 등을 보고받거나 결재한 적이 없다"며 "알려준 경우는 어떤 의미에서 예의상 해준 경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부터 거의 전권을 위임받아 경영 전반을 제가 책임졌고, 대부분 제 책임 하에 결정을 했다"며 "이 부회장을 회장으로 만들고 제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기 전, 이 부회장과 함께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찾아가 나눈 대화도 자신이 주도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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