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1시 북한이 28일 밤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기습 발사한 것과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청와대/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전날 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 도발에 맞서 초강경 대응조치 카드를 꺼내 맞섰다.

특히 청와대가 이번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에 대해 '레드라인 임계치'라고 언급하면서 앞으로 문 대통령의 대북 전략에 수정이 가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부터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등 보다 강력한 무력시위 전개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발사대 추가 배치를 포함한 한미간 전략적 억제력 강화방안을 즉시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UN 안보리 소집을 긴급 요청해 강력한 대북 제재안 마련을 추진하는 한편,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강력한 대응조치는 북한과의 대화 기조는 유지하되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한다는 문 대통령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이 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을 때도 미국과 협의를 통해 다음날인 5일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동시사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우리가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의 확고한 미사일 연합대응태세를 북한에게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던 사드 배치와 관련해 잔여발사대 추가 배치를 지시한 것은 눈길을 끈다.

청와대는 이미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와 X-밴드 레이더 외에 왜관 미군 기지에 보관해 왔던 나머지 발사대 4기를 기존 2기가 배치된 부지 쪽에 임시로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양국과 모두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과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관련 협의를 해왔고, 그런 상호 이해 속에서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에 대한 '통보'를 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다만, 청와대는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별개로 진행해 환경영향평가가 나오는 대로 사드 배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구상이다. '선(先) 임시배치, 후(後) 평가를 통한 최종 결정'이라는 프로세스를 밟음으로써 북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감안하는 절충점을 찾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해왔던 사드 배치까지 북한 도발 대응 카드로 꺼낸 것은 이번 북한의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금번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안보 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상 북한의 이번 ICBM급 미사일 발사가 '레드라인' 수준에 근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만약에 북한의 미사일이 ICBM으로 판명되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온 것이 아닌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의 도발 직후 "북한이 한미 정상이 협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가 없다"고 경고했었다.

실제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기존에 발사했던 미사일들보다 훨씬 더 진전된 미사일이라는 게 우리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밤 고각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3724.9㎞까지 상승했으며,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의 정확한 판단이 나와야겠지만, 북한의 발표만 놓고 보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상적인 각도로 발사했다면 9000~1만km까지 가능해 서부는 물론 동부까지 포함한 미국 본토 전역이 포함된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직접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기존 외교·안보 전략의 판 자체를 흔드는 '게임 체인저(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당분간 '제재와 압박'에 방점을 둔 대북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NSC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단호한 대응이 말에 그치지 않고 북한 정권도 실감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며 나아가 "필요시 우리가 독자적 대북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독자적인 대북 제재 방안과 관련, 문 대통령은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협상 개시를 미국에 제안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허버트 맥마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 사거리 800km와 탄두 중량 500kg으로 제한돼 있는 미사일 지침 가운데 최대 1톤(t)까지 탄두 중량을 늘리는 쪽에 무게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이 독자적인 제재 방안에 포함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것에 포함될 수 있다"며 "우리의 독자적인 국방안보태세, 특히 미사일 대응방안의 하나로서 저희가 확보해야 될 전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른바 '베를린 구상' 등을 통해 밝힌 '대화 기조'의 끈은 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제재 및 압박과 동시에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투트랙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가고자 하는 길은 베를린 구상을 통해서 이미 발표가 돼 있고, 구상도 공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우리의 대화 노력, 외교적 방식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고도화된 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 정부는 모든 수단 동원해서 제재와 압박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궁극적으로는 그 목표가 한반도의 평화 정착, 북핵 문제 해결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궁극적 목표를 잃지 않고, 목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잃지 않고 한반도 상황을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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