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35분여만에 종료…호프미팅 때 자동차·야구·피자 등 다양한 대화 주고받아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과의 간담회가 2시간 35분여만에 마무리된 가운데 예상대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과의 27일 간담회가 2시간 35분여만에 마무리된 가운데 예상대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청와대 녹지원에서 이뤄진 '호프미팅'에서는 무거운 경제현안 못지않게 가벼운 주제의 대화도 오가면서 기존의 대통령-기업인 간 간담회와는 차별화한 모습을 연출하게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께부터 20여분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기업인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틀에 나눠 열리는 기업인 간담회 중 첫날인 이날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석했다. 기업인들은 먼저 도착해 문 대통령을 기다렸다.

맥주는 소상공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 맥주가 디스펜서에 담겨 준비됐다. 오후 5시57분 도착한 문 대통령은 맥주 디스펜서로 이동해 사용법을 듣고 직접 잔을 채웠다. 첫 건배사는 '건강하십시오' 였다.

문 대통령은 박용만 회장에겐 "번번이 가교 역할 해줘 감사하다. 지난주에 손자 봤다고 들었다"고 했다.

정의선 부회장에겐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떻느냐"고 했고,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나 기회를 살려 다시 기술개발해 도약하려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박정원 회장에겐 "야구선수 좀 하셨다고 하더라. 저도 동네 야구는 좀 했다. 두산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는데 올해는 성적이 어떻냐"고 챙기기도 했다.

또 그는 구본준 부회장의 별명인 '피자 CEO(최고경영자)'를 언급하며 "직원 단합시키고 사기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며 "임 실장, 우리도 피자 한번 돌리죠"라고 말했다.

담소 중 전기차 이야기가 나오자 문 대통령은 정용진 부회장에게 "테슬라(자동차) 1호 고객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얼리어답터인 정 부회장은 국내 테슬라 정식수입 전인 2013년 스포츠카형 전기차 모델S를 구입해 국내 1호 고객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손경식 회장에겐 "지난번 미국에도 동행했는데 정정하게 현역에서 종횡무진 활약해 보기 좋다"며 "오늘내일 만나는 경제계 인사 중에서도 가장 어른인데 맏형 역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 건강을 챙겼다.

문 대통령은 권오중 회장을 향해선 "요즘 미국에 철강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라고 현안을 물었고, 권 회장은 "당분간은 미국에 보내는 건 포기했다.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작정하고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할텐데 잘되고 있나 모르겠다"고 했고, 권 회장은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고 계시다"고 했다. 임 실장은 다소 판에 박힌 듯한 대답이 나오자 "들을수록 믿음이 잘 안 간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초청받은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을 향해선 문 대통령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띄웠다.

함 회장이 "부담스럽다. 감사하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기업도 국민 성원이 가장 큰 힘이니 앞으로 잘 발전할 힘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는 무를 이용한 카나페, 소고기를 양념한 한입요리, 시금치와 치즈를 안주로 냈다. 해독작용이 있는 무,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시금치와 치즈의 조합 등으로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

노타이 비즈니스 캐주얼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먼저 한쪽으로 가 재킷을 벗었고, 다른 참석자들도 이에 함께했다.

실내로 들어가기 전 문 대통령은 마지막 건배사로 "기업이 잘돼야 경제가 잘된다. 국민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약 20분간의 '호프 미팅'이 끝난 뒤 상춘재 안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간담회를 가졌다.       

상춘재 안에서 이뤄지는 간담회 시간은 당초 50분 정도로 계획돼 있었지만, 대화가 길어지면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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