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고령화가 대외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6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넉 달 연속 증가해 38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달에 이어 사상 최고치 기록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외환보유액이 3805억7000만달러(약 437조6000억 원)로, 5월보다 21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고령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대외투자자산은 더 빠르게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투자자산이 급감하면 자본유출압력으로 작용하고, 대외투자가 외화 조달의 원천인 만큼 외환 부문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임진수 차장과 김영래 조사역은 26일 '고령화가 대외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영국, 일본, 호주, 터키, 인도 등 54개국의 2001~2015년 자료를 토대로 발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국가에서 노년부양률(65세 이상 인구/15~64세 생산가능인구)과 유년부양률(15세 미만 인구/생산가능인구)이 높을수록 대외투자가 위축되고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대외투자는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가계가 근로기간 동안은 저축을 하다가 은퇴 이후 소득이 줄면 저축한 자산을 팔아 소비한다는 '생애순환가설'이 대외부문에서도 유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한 국가에서 고령화에 따른 소득 감소로 인해 소득과 소비 간의 불일치가 생기면 대외저축인 대외투자자산을 매각해 소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년 부양률이 1%포인트 늘어나면 대외투자자산은 약 0.018%포인트 줄어들었다. 또 고령화 속도가 1%포인트 증가하면 대외투자자산은 약 2.9~3.8%포인트 줄었다.

투자 성격별로는 대외증권투자보다 대외직접투자에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대외직접투자는 대체로 장기 투자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조적 변화인 고령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대외증권투자는 내외금리 차나 기업실적에 민감한 단기성 자금으로 고령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대외투자자산 축소가 외환 부문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대외투자자산 축소는 앞으로 외환조달 재원의 원천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외투자자산이 급감할 경우 지급불능이 우려되고 대외신인도가 하락함으로써 자본유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고령화에 따른 외환부문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대외투자 활성화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령화와는 반대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증가는 대외투자자산을 늘리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소득이 소비보다 많으면 남은 돈으로 대외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대외투자자산을 미리 축적함으로써 소득수지 흑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고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노력을 지속해서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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