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편의점보다 많은 커피전문점…절반은 2년 내 폐업
무리한 투자가 부른 실적 악화…경영난 끝내 이기지 못한 듯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운영하던 '망고식스' 매장. <뉴스1>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관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재정 상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자아낸 강훈 KH컴퍼니 대표도 회사 경영난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란 추즉이 나온다.  

할리스와 카페베네 등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의 성공을 이끌며 '커피왕'으로 불렸던 그였지만 무리한 투자에 따른 영업실적 악화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커피전문점 9만개 돌파…치킨집보다도 많아 

국내 커피전문점은 이미 포화상태다. 한 건물에도 2~3개의 카페가 있을 정도로 커피전문점이 늘어났다. 

25일 업계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은 올해 3월 기준 9만809개에 달했다. 지난 2014년 말(5만5416개)과 비교하면 2년 3개월여 만에 63.9% 늘었다.

서울의 경우 커피전문점이 1만8000여개나 됐다. 편의점(9477개)과 치킨집(7468개)을 합친 수보다 더 많다.

주요 유명 커피전문점 매장만 더해도 6000개를 훌쩍 넘는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9월 이미 매장 수가 2000개를 돌파했다. 스타벅스도 1050개 매장을 넘어섰다. 

여기에 투썸플레이스(854개)와 엔젤리너스(799)·카페베네(640개)·할리스커피(487개)·파스쿠찌(441)·탐앤탐스(429개) 등 주요 커피프랜차이즈 매장을 합치면 6700여개에 달한다.

커피전문점 창업 열기도 꾸준하다. 국세청이 발표한 생활밀접업종 현황에 따르면 4월 기준 전국의 커피음료점 사업자는 3만9856명이다. 지난해 4월(3만3431명)보다 19.2%(6425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40개 생활밀접업종 사업자 수 증가율인 3.3%의 6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커피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리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커피전문점"이라며 "커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커피전문점 증가속도는 이를 뛰어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절반, 2년 내 폐업…상품 차별화가 관건 

커피전문점이 급증하며서 그만큼 생존경쟁도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인기가 많은 곳은 장사가 잘되지만 금새 문을 닫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시의 '2014년 자영업자 업종지도'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생존율은 1년차 76.9%로 줄었다. 2년차가 되면 55.8%로 낮아졌고 3년차 때는 47.4%였다. 커피전문점을 연 절반이 2년 이내에 문을 닫는 것이다.

국세청이 조사한 올 2월 기준 전국 카페 월평균 매출액도 1370만원으로 전체 업종(3782만원)의 36.2%에 불과하다. 음식점 전체(2124만원)나 한식(2116만원)·중식(2203) 등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가맹점주의 타격은 가맹본부로 이어졌다. 실제 카페베네는 실적 악화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48억원이다. 탐앤탐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4억원에 불과하다. 앞서 할리스커피는 경영악화로 사모펀드인 IMM PE로 주인이 바뀐 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반면 스타벅스의 경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투썸플레이스도 디저트 케이크 인기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의 위기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한 곳만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리한 투자가 부른 비극…"스트레스 극복하지 못한 듯"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입장에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호 브랜드가 되면 충성 고객 확보는 물론 매장 확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강훈 대표의 '망고식스'도 비슷한 전략을 썼다. 그는 2010년에는 KH컴퍼니를 세우고 이듬해 망고식스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망고를 내세워 차별화하고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통해 브랜드를 알렸다.

KH컴퍼니가 공시하기 시작한 201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광고선전비(10억5000만원)와 판매촉진비(1억원)는 11억5000만원 수준이다. 당시 영업이익(5억7000만원)의 2배가 넘는 돈을 사용했다.

지난해에도 매출은 106억원으로 1년 전(194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판매촉진비는 2억5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더 늘렸다. 광고선전비만 줄었다. 강 대표는 이외에도 '커피식스'와 '주스식스' 등을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하며 투자를 확대했다.

강훈 KH컴퍼니 대표. <뉴스1>

투자가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KH컴퍼니는 영업손실이 2015년 10억2000만원, 지난해 11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 18일 강 대표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강 대표는 최근 KH컴퍼니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와 일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이 포화상태인 것이 문제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한 것도 문제"라며 "자존심이 강하신 분이라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트레스받은 것 같다"고 짐작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망고에 대한 고객의 지속적인 수요가 없었고 다른 커피전문점과 경쟁에서 밀리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듯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