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부족에 인력이탈 심각…새 정부 정책논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간담회 초대장도 못받아

[한국정책신문=온라인뉴스팀 ]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위상이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한때는 경제단체 '맏형' 노릇을 해왔던 전경련이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개혁 정책 논의에서 소외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도 배제됐다. 내부적으로는 재원 부족에 심각한 인력 이탈까지 더해져 사면초가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7~28일 이틀간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을 주제로 기업인들과 만찬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는 15대 그룹 중 농협을 제외한 민간 14개 그룹,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 우수 중견기업인 오뚜기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 취임 뒤 기업인과의 첫 공식 간담회임에도 전경련은 초대장을 받지 못한 것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회동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경제단체 대표로 참석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전경련 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회장' 자격이 아닌 'GS그룹 회장' 자격으로 간담회에 참석한다.

전경련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와 재계의 첫 만남이었던 지난달 8일 국정기획 자문위원회와의 인사를 대한상의에 내줬다. 이후 일자리위원회와의 간담회 일정에서도 제외됐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 간 간담회도 대한상의 주관으로 이뤄졌다.

◇임직원 임금 30~40% 삭감…직원 45% 떠나

전경련은 '최순실 게이트'에서 정경유착의 '통로' 역할을 하며 주요 회원사들이 잇따라 탈퇴했다. 특히 전경련 회비의 70% 이상을 책임졌던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모두 떠나면서 전면적인 비용 감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최근 임원과 직원 임금을 각각 40%, 30% 줄이는 등 강도 높은 예산 조정을 진행했다. 이에 더해 체력단련비, 학자금 지원이 사라지는 등 임직원 복지가 축소되면서 사실상 이전대비 임금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악화 속 직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사직 의사를 밝히고 전경련을 떠난 직원들은 약 45%에 이른다. 직원의 절반이 나간 셈이다.

대규모 인력 이탈로 부족한 인력을 조정하기 위해 매달 소폭 인사이동이 벌어지고 있다. 팀이나 부서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부서로 통합·흡수하는 경우도 생겼다. 실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본부에 있던 기업연구실은 소속 연구원 이탈이 너무 심해 정책본부 산하에 있던 경영분석팀으로 통합됐다.

◇ LG 계열사 이주…전경련회관 공실 절반 이를 듯

당초 전경련 버팀목으로 생각했던 회관 건물 임대료 수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건물에 입주해 있던 최대 손님 LG그룹 계열사들이 마곡에 짓는 빌딩으로 사무실을 이전할 예정이어서다.

전경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LG그룹 계열사는 전경련회관에서 LG CNS 14개 층 등 총 22개 층을 차지하고 있다. 전경련회관에서 로비, 기계실 등을 제외하고 임대 가능한 층은 45개 층이다. 이 가운데 LG 계열사가 전부 빠지면 거의 절반 가까이 공실로 남게 된다. 전경련회관 측은 LG 계열사가 떠난 자리에 입주할 기업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중이지만 아직 대안을 찾지 못했다.

LG그룹은 4조원을 투입해 마곡지구에 LG사이언스파크를 짓고 있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9개 계열사 연구인력 2만2000여명을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이주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눈밖에 날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전경련회관 입주를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한기련' 명칭변경도 수개월째 지연

지난 3월 발표한 전경련 혁신안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전경련은 50년간 써온 이름을 버리고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제인(회장) 중심의 협의체에서 '기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다.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해 경제산업 분야 싱크탱크로서 역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러나 산업부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명칭변경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명칭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관을 변경해야 하고, 산업부 승인도 필요한데 아직 장관 임명이 안 돼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황이 안정되면 명칭변경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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