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뒤집어 보기] 낮은 수수료·편리한 송금 절차 강점이지만…"규제 완화 필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18일부터 핀테크 업체의 해외송금업이 가능해졌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핀테크 업체의 해외송금업이 드디어 막 올랐다. 연간 16조원에 달하는 해외송금 시장에 핀테크 업체와 인터넷 전문은행이 가세하면서 기존의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해외송금업체는 건당 3000 달러(약 350만원), 고객 1명당 연간 3만 달러(약 3500만원)까지 해외송금을 대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해외송금은 시중은행만 할 수 있었는데 그 규제가 풀린 것이다.

핀테크 업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수수료'다.

시중은행은 100만원 정도를 달러로 송금할 때 송금 수수료, 중개은행 수수료, 전신료, 수취 수수료 외에 환전 수수료까지 붙어 송금액의 4~6%의 수수료(4만원 가량)가 든다. 반면 핀테크 업체를 이용하면 3000~4000원이면 충분하다.

업체 대부분이 1∼2%대 수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27일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 창구 수수료의 1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핀테크 기업이 낮은 수수료를 경쟁력으로 해외송금 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은행들도 수수료 절감에 나서고 있어 기술력을 기반한 간편함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리한 송금 절차도 강점이다. 대부분 모바일 앱을 이용한 비대면 서비스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업체도 있다.

해외 송금서비스 '페이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블루팬은 비트코인을 활용한 가상화폐 거래소 송금 방식을 취급해 해외송금 금액의 0.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모인은 고객의 해외송금 이용편의 확대를 위해 공인인증서 대신 신분증이나 여권을 본인이 직접 들고 있는 사진인증 방식을 통해 송금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수료는 일본의 경우 60만원 이하는 9000원, 60만원 초과금은 전체 송금액의 1.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주요 은행 해외송금 수수료, 소액 해외송금 수수료. <한국정책신문>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실명확인 문제와 자금세탁방지 의무다.

핀테크 업체들은 과도한 규제로 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공정한 경쟁이 힘들다고 주장한다. 해외송금업의 가장 큰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는 '실명확인' 절차다.

해외송금 서비스 이용자는 핀테크 업체를 통해 100만원 이상 해외송금을 할 경우 최초 인증 후에도 매번 송금할 때마다 실명 인증을 해야 한다. 인증을 위해서는 4가지 방법(신분증 촬영, 영상통화, 기존 계좌 활용, 집배원 확인) 중 2가지 이상을 거쳐야 한다. 

반면 은행은 최초 인증 후 같은 계좌로 계속 거래할 경우 실명인증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은행을 한 번이라도 이용하면 송금 절차가 간소한 은행을 다시 이용할 것이라는 게 핀테크 업체들의 주장이다.

한국핀테크협회 관계자는 "소액 해외송금이라도 해도 100만원 이상 송금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매번 실명확인을 한다면 자체 망을 통해 쉽게 실명확인을 할 수 있는 은행에 비해 핀테크 업체들이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수암 금융위원회 은행과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핀테크 기업들 역시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해외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에 최초 한 번만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진행하면 이후 같은 계좌를 활용한 거래에 대해서는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도 걸림돌이다.

핀테크 업체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고객 금융거래가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로 의심될 시 거래내역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100만원이 넘는 전신송금 시에는 송금인·수취인 이름과 계좌번호 등을 송금받는 금융회사에 제공해야 한다.

당초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에는 AML·고객신원확인(KYC) 체계 구축 의무화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 등 주요국이 관련 제재를 강화하면서 소액해외송금업체도 특정금융정보법 수검 대상자에 포함된 것이다.

이에 핀테크 업체들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정한 국제기준에 따라 내부통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임원급 보고책임자를 지정하고 정기적으로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또 독립기관을 통해 감사를 진행하고 FIU에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명시된 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면 과태료 부과부터 시정명령, 기관경고, 임직원 징계명령 등이 이뤄진다. 최대 6개월 영업정지 요구권까지 포함됐다.

한 해외송금업체 대표는 "이대로라면 18일 소액 해외송금업 등록할 수 있는 사업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복잡한 의무 규정을 제시만 하지 말고 핀테크 업체가 제도 내에서 사업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도 "현재 핀테크업체의 해외소액송금에 대한 규제 등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은행이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는 방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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