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개선이 채용 확대로 이어지진 않는다"…정치권 "일자리 질적 확대 필요"

6월 2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코스피 2400시대가 열렸다. 증시가 호황을 누리는 만큼 증권업계도 활황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하반기 채용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인 '일자리 창출' 정책에 맞춰야 하지만 채용을 확대할 여력이 크지 않아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하반기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채용의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신입직원 80명, 경력직원 120명 등 200명을 채용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입 50명, 경력 50명 등 100명을 뽑았고 하반기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채용 규모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KB증권도 지난해 채용형 인턴으로 인턴A(대졸사원) 22명, 인턴B(고졸, 초대졸) 18명 등 총 40명 중 3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IT 업무 계약직 7명을 뽑는 등 모두 46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은 확정된 것이 없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부터 처음으로 그룹 차원이 아닌 계열사별로 공채를 진행하는 가운데 삼성증권도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지만 채용 규모, 일정 등은 미정이다.

NH투자증권은 통합 후 3년 만에 신입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규모와 시기는 정하지 못했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등도 채용 계획을 논의 중이나 작년과 비슷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는 답답하기만 하다. '증권사 실적 개선=채용 확대' 공식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대면 거래,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 산업의 발전으로 관련 인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자리 우선 정책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호황이라고 하지만 증권사 실적 개선이 채용 규모 확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로보어드바이저 등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오히려 점포를 줄여나가는 상황에서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시장 흐름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는 증권업계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 방향 등을 이른 시일 내에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말하는 일자리 창출은 양적 확대도 있지만 질적인 확대도 있다"며 "당장 기존의 일자리를 늘리라는 어떤 압박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서 지속가능한 채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섭 청와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현재의 시대정신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채용을 늘리는 증권사도 있다. 키움증권과 교보증권, 신영증권만 채용연계형 인턴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교보증권은 21일까지 고졸 이상 졸업자(졸업예정자)를 대상의 6급 사원을 모집한다. 20명 규모로 지난해 11명의 두 배 수준이다.

SK증권은 오는 23일까지 트레이딩·법인영업분야에서 인턴을, 신영증권은 금융공학·IT(정보기술)분야에서 채용연계형 인턴을 모집한다. 16일까지 지원자를 받은 키움증권도 채용연계형 인턴 채용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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