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금융허브 재추진 지금이 적기…자본시장법 규제보다 원칙 중심으로 개정돼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한국금융투자협회 제공>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10일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동북아 금융허브'를 펀드 중심으로 재추진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에서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이 나온 지 10년이 됐지만 성과가 없다"며 "펀드시장이 활성화되고 참여자가 늘며 '백가쟁명' 시대로 들어온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금융허브 전략을 세울 때"라고 강조했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3년 한국을 '동북아 3대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며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등의 유치 계획을 밝힌다 있다. 서울 여의도의 서울국제금융센터(IFC)건물도 이때 구상됐다. 

황 회장은 뉴욕, 런던과 같은 종합 금융허브, 자산운용을 중심의 싱가폴형 금융허브, 금융 서비스 중심의 룩셈부르크형 금융허브 등과 같이 한국 체질에 맞는 금융허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 회장은 "펀드산업은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라며 "외국의 투자은행(IB), 자산운용사, 은행을 우리 자본시장의 동반자로 생각해 '웰컴' 정책을 펴고 장애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연기금 규모가 크고 세계적 자본시장인 도쿄, 베이징, 상하이 등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며 "뛰어난 정보기술(IT) 인프라, 영어 소통능력을 갖춘 인재, 치안 등 외국 투자업자들이 선호하는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고용을 창출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외국계 회사를 유치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가 들어오면 증권사들도 함께 들어오기 마련이어서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최근 주가 상승에 대해 "기업 이익 개선과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은 탄핵 정국 이후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반면 "작년과 올해 1분기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은 각각 15조2000억원과 19조5000억원으로 4조원 가량 늘었다. 코스닥도 실적 개선 체감도가 높지 않다"며 최근 기업 이익의 증가세가 삼성전자에 쏠려있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황 회장은 문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황 회장은 "문 대통령은 자본시장 육성을 강조해 왔고,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도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다"며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회장은 "미국의 경우 401K를 통해 연금자산이 크게 늘면서 미국 증시의 대세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연금자산이 급증하고 있어 증시가 한 단계 성장할 준비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지표가 최근 100%를 넘어섰다"며 "자본시장 참가자들은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자본시장의 국가경제 대비 발전 정도를 알 수 있는 지표로 영국은 1994년, 미국 1997년, 일본은 2015년에 각각 이 비율이 100%를 넘었다.

황 회장은 선결 과제로 법과 제도의 정비, 금융시스템의 안정 등을 꼽았다.

황 회장은 "금융시스템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우리 법·규정이 촘촘히 돼 있지만 이를 위해 금융투자업자의 건전성을 평가할 개별 항목을 일일이 들여다보기보다는 총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 체계를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반투자자는 촘촘하게 관리하되 전문투자자는 사전검열 등을 없애 규제의 틀에서 자유롭게 만드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증시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지금 자본시장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모험가에게 필요한 것은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야성과 상상력으로 길을 개척할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시장의 중요성에 비해 그동안 정책 지원이나 국민 성원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 배경에는 업계가 고객보다 회사 이익을 앞세운 측면이 있었다. 단기 이익보다 고객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장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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