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자급제의 명암 下] 유통업계 "소상공인 대책 없이 소비자만 위한 정책 안돼"

서울의 한 상가 골목에 휴대폰 대리점들이 들어서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승자가 되는 쪽이 얻는 이득과 패자가 되는 쪽이 잃는 손실의 합이 0이 되는 것. 제로섬 게임의 정의다. 누군가 이득을 얻게 된다면 반대로 누군가는 그 만큼의 손해를 입게 된다는 말이다.

최근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이 이와 비슷하다. 가계통신비 절감은 온 국민의 염원이지만 완전 자급제 도입은 유통상인들을 외면한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7일 국회 안팎에 따르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신비 인하 대책 방안의 일환으로 완전 자급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전담하고 통신서비스는 이통사가 전담하게 해 단말기 보조금 과잉 경쟁과 편법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특히 제조사와 이통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시켜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게 김 의원의 복안이다.  

김 의원은 "완전 자급제는 수 조원에 달하는 통신사의 마케팅비를 요금인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연간 2~3조원 수준의 통신비 인하가 가능하다"며 "싼 요금은 물론 서비스 품질도 개선되고 취약계층 지원도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에 대한 국회의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휴대폰 유통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은 이통사들이 단말기를 제조사로부터 받아 대리점, 판매점 등 유통점을 통해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만일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이통사는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며 소비자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입해 이통사에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휴대폰 유통업계 측은 단말기 자급제 도입으로 전국의 2만개 이상의 휴대폰 대리점, 판매점들이 폐업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통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대책 없이 소비자만을 위한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6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날 KMDA 측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현 이동통신 판매점과 대리점들이 도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통사들이 유통망에 지급하는 마케팅비가 줄어들어 유통 소상공인들이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선오 KMDA 시장활성화위원장은 완전 자급제에 대해서 "통신비 인하 방안 중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면서 "이동통신사들이 가장 손쉽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유통망이다. 자급제 형태로 유통 비용을 줄일 경우 유통상인들은 대부분 길거리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수 KMDA 정책추진단장 역시 "이동통신 유통인들은 이동통신 태동기에 시장 최전선에서 정보통신 발전을 선도한 선구자였다"며 "이들의 공을 외면한 채 완전 자급제를 강행하는 것은 중소 유통점이 망가지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통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치권에서도 중소 판매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힌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제조사의 단말기 직접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기업 제조사가 단말기 판매에 직접 나설 경우 중소형 판매점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판매점에게 소비자와 통신사의 중개 역할까지 허용하는 방안도 있다. 소비자가 판매점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원하는 이동통신사의 개통을 판매점이 연결해주는 식이다. 

판매점은 소비자 한 명 당 중개 수수료를 통신사에서 받게 되기 때문에 통신사 지원금이 없어진 부분을 일정 수준 보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비 정책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의 대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단말기 유통업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의견수렴을 통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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