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자급제의 명암 上] 정치권 이어 업계에서도 논의 활발…"파급효과 판단 어려워"

서울 영등포구 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에 이동통신사 3사 KT, SK, LG 브랜드 마크가 보이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 발표 이후에도 관련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급부상 하고 있다.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제조사와 이통사가 각각 가격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통신비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시장을 더 침체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뿐 소비자에게 실익이 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란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병행해오던 전화개통과 휴대폰 판매를 엄격히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TV,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처럼 소비자가 일반 전자제품 유통점 등에서 휴대폰을 자유롭게 구입한 뒤 원하는 이통사에 가입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2015년 더불어민주당측에서 가계통신비 인하 대안으로 처음 제시됐지만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기존 통신비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제도 도입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완전 자급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지난달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재한 확대경영회의에서 완전 자급제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통신비 인하 압박과 비난이 이통사에게만 쏠리고 있는 이유가 이통사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팔고 이 대금까지 이통사에서 청구하면서 많은 오해들이 발생하고 있는 측면도 무관치 않다"며 "통신사들이 (단말기가 아닌) 서비스만 파는 방안도 이젠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며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고비용 구조 개선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이동전화 단말기 자급제 홈페이지 캡쳐>

단말기 완전 자급제, "파급효과 판단 어려워"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가계 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 자급제의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완전 자급제를 둘러싼 전문가들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데다 현재까지 완전자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해외 사례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완전 자급제와 관련해 참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료로는 2015년 국회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가 있다. 지난 2015년 3월 전병헌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제조사와 이통사의 단말기 유통을 원천적으로 금지토록 하는, 즉 단말기 전면 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완전 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다양한 가격대의 단말기 출시로 소비자 선택권 확대 가능성 △이통사 간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 촉진 △단말기 유통구조 투명화라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부작용으로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비용 증가 △단말기 구매와 서비스 가입 분리로 인한 소비자 불편 초래가 일어날 가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완전 자급제의 파급효과에 대한 견해는 지금도 엇갈린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찬성하는 측은 그동안 통신사는 고가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미끼로 고가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했고 요금인하보다 지원금 경쟁에 치중했다고 지적한다. 휴대폰 유통을 못하면 이런 마케팅이 불가능해지고 가입자 유치를 위해 요금제 경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완전 자급제 관련해 논의되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단말기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이통사는 이통사끼리 경쟁하면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한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시장 경쟁이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완전 자급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 이동통신 구조상 가입자 차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메우고 있는데 후발주자들의 마케팅 경쟁 개입이 사라지게 되면, 선두 업체가 독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말기를 별도 구입한 소비자가 별 차이가 없다면 브랜드 경쟁력이 있는 선두 사업자로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가입자를 유치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며 "이를 통해 선두 사업자에 가입자가 몰릴 수 있고 또한 결합 상품 등을 통해 무선 시장의 지배력이 유선 시장의 지배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전 자급제를 하면 요금이 떨어지고 단말 가격도 싸진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 같은데 지금과 같은 독과점적 통신시장에서 갑자기 엄청난 경쟁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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