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장난, 갭투자 ]㊦"정부가 주택소유욕 억제못하지만 운용에는 개입해야"
'주택 임대사업 등록 의무화' 등 양성화ㆍ조세형평 실현 시급

<한국정책신문 DB>

[한국정책신문=방형국 편집국장]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6월 23일 열린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준비한 파워포인트(PPT)를 띄워 놓고 뭔가를 설명했다. 

김 장관이 설명한 ‘뭔가’는 다주택자들에 관한 자료였다. 그는 PPT 자료를 통해 "주택시장이 과열됐던 지난해와 올해 5월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이 집을 산 비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3주택 이상 소유자 거래는 서울은 19%, 강남4구는 48% 급증했다. 3주택 이상자의 거래량은 전체의 7~8%로 많지 않지만 아파트 가격이 높은 탓에 결국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하며 "6·19대책은 투기에 대한 1차 메시지"라고 경고했다. 이는 다주택자 등의 투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동산 투기세력에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하지만 방향이 틀렸다. 현재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요 투기세력은 자금력이 든든한 전래의 투기꾼들이 아니다. 집값과 전셋값의 적은 차이를 노려 집을 초단기 매매하는 ‘갭투자자들’이다.

이들은 강남 4구 등 집값이 높은 곳에는 얼씬도 못한다. 이들의 먹잇감은 매매가에서 전세가가 차지하는 비중(전세가율)이 높은 서울 강북과 김포 등 수도권의 비선호지역들이다. 이들 지역은 집값이 낮아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높거나, 미분양이 대량 발생한 특징을 갖고 있다. 

전세가율이 높아 적은 돈으로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렸다 처분하기에 딱 맞는 곳들이다.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 4구가 아니다.

갭투자가 위험한 것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무주택 서민이나, 예비부부, 청년층 등 주택 수요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세대의 내집마련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짓이다. 

특히 이들은 정상적인 주택시장을 뒤흔들고 교란하고, 왜곡시키고 있어 그 폐해가 심각하다. 갭투자는 구조적으로 전셋값을 종잣돈으로 하기에 이들은 시장 상황이 어덯든 전세입자들을 쥐어짜서 전셋값을 올리고, 오른 전셋값을 지렛대 삼아 집을 사모은다. 전셋값과 집값이 기형적으로 오르며 주택시장의 혼란과 왜곡을 초래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 현재 국내 임대가구는 약 841만가구에 이른다. 그러나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가구는 194만여가구(임대사업자 13만8230명)에 불과하다. 647만여가구(76.9%)는 등록되지 않은 사적 임대시장에 놓여 있다. 

주택임대인들이 등록을 꺼리는 것은 소득노출에 대한 우려와, 임대료·임대기간 등에 대한 간섭·통제가 싫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결국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지 않은 647만가구가 아무런 제약 없이 임대료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무려 1년 6개월 훨씬 이전의 통계로서, 다주택자 관련 정확한 수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말대로 더 악화됐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갭투자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갭투자로 의심되는 다주택자 투기꾼에 ‘세금 폭탄’을 안겨야 한다. 세금을 많이 부과해 집을 여러 채 구입하거나 보유하는 메리트를 없애는 것이다. 집을 팔았을 때 남길 수 있는 기대 수익률을 대폭 낮춰야 한다.

관건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은 채 임대료를 올려 받는 다주택자를 어떻게 가려내느냐이다. 다주택자라해서 무조건 투기꾼으로 몰아갈 수도 없고, 갭투기꾼이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김 국토부 장관은 취임에 앞서 의원시절 1세대 3주택 이상 소유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임대할 경우, 임대사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대신, 임대소득세 50%를 감면한다. 임대등록 대상자가 등록을 하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채찍과 당근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촉진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법안은 각종 전월세 통계를 작성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어 주택시장의 계량화와 관련 정책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의 안착을 위해서도 주택 임대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에 대한 찬반 논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찬성측에서는 △정확한 주택시장 통계로 주택정책의 계량화 △조세정의 실현 △임대사업 양성화 △실효성 있는 전월세 대책 수립 △전월세입자 소득공제 현실화 등의 장점을 들고 있다.

이에 반해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전수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비롯해 △다주택자의 반발 △늘어난 세금만큼 전월세값 상승 △임대사업자 감소로 인한 전월세 가중 △이에 따른 서민주거 환경 불안 등을 들고 있다.

반대측의 주장 가운데 다주택자들의 반발을 제외하고는 이제는 다 틀린 말이다. 이미 국토부에 주택 관련 빅데이터가 가동되고 있어, 전수조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임대사업자가 고의로 누락시킬 경우 그 피해는 임대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임대사업 등록으로 세금이 늘어나는만큼 전월세값이 상승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갭투자자들의 ‘악마같은 ’ 만행으로 인해 전월세값이 더 오를 개연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가 줄어든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종전의 임대사업자가 등록을 백지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갭투자자가 아무리 악마같더라도 정부는 그에게 집을 사지 말라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주택임대사업, 특히 미등록자들을 제도권으로 양성화할 권한은 있다. 다주택자를 몰아붙일 게 아니라 ‘당근’을 줘서 임대주택사업자로의 변신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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