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 e스포츠가 지배한다 下] 치열한 두뇌 싸움ㆍ화려한 컨트롤에 e스포츠 관람객 급증

마이클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스타크래프트의 UHD 신작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자원을 채취해 병력을 생산하고 전투를 벌인다." 

우리나라 e스포츠 발전의 출발점이 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RTS 게임에서는 치열한 두뇌 싸움과 화려한 컨트롤이 펼쳐진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뿐 아니라 게임을 관전하는 이에게도 커다란 즐거움을 준다. 

프로게이머 직종이 생겨나고 e스포츠, 게임 전문 방송 등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승리하기 위해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략과 전술을 선보이는데 이는 우리가 축구, 야구 등 일반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이유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e스포츠. 게임이 스포츠가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 걸까?

◇전략과 전술이 보는 재미를 만든다

앞선 스타크래프트의 예처럼 e스포츠 관전의 재미는 플레이어들이 선보이는 전략과 전술에서 찾을 수 있다. 전략이 경기 전반의 흐름을 결정하는 술책을 뜻한다면 전술은 전략에 따른 구체적인 병력 운영 기술이나 세밀한 컨트롤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RTS 게임의 경우 전반적인 판을 짜는 운영, 즉 얼마나 자원을 채취하는지, 어떤 건물을 건설하는지, 어떤 병력을 중점적으로 생산하는지가 전략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병력으로 효율적인 전투를 이끌어내는 것, 예를 들어 좁은 길목에서 학익진을 펼친다거나 유리한 상성 싸움을 하는 것을 전술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요소는 최근 e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팀대전(AOS, MOBA) 게임을 관전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표적 팀대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펜타스톰'의 경우 각 진영의 선수들은 팀의 전반적인 전략 컨셉에 맞게 챔피언(영웅)을 선택한다. 초반 공격지향적 플레이를 할지, 후반을 도모한 수비지향적 플레이를 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팀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냐에 따라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 참신한 전략을 들고나온 팀에 관중들의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국지적 전투상황에서는 선수 개개인의 전술 능력이 십분 발휘된다. 아군과 고립된 지역에서 적과 맞닥뜨렸을 경우 싸울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판단능력, 혼전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스킬공격을 피할 수 있는 순간적 반응속도가 대표적이다.

정밀한 컨트롤을 통한 화려한 플레이는 e스포츠 팬들을 열광케 하기 충분하다. CNN은 리그오브레전드 'Faker' 이상혁 선수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 이상혁은 신이자 슈퍼스타로 불린다"며 "다른 스포츠의 리오넬 메시나 마이클 조던과 동급으로 평가받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RPG도 e스포츠 될 수 있다?…전략요소 가미한 턴제 RPG 주목

e스포츠 대회는 게임의 기본적인 인기가 높으면서 e스포츠로 보기 쉬운, 그리고 스타플레이어가 존재하는 게임이었다. 현재로선 전략·전술을 필수 요소로 하는 게임들이 e스포츠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승패를 겨루는 경쟁 구도보다는 이용자간 협동이 중요한 역할수행게임(RPG)도 e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가는데 중점을 둔 RPG 게임에도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있는 걸까?

사실 RPG 장르에서도 수많은 e스포츠화 시도가 이어졌었다. 길드전, 요새전, 난투전 등 게임의 특징을 살려 e스포츠 대회들을 진행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전통을 가지고 살아남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특정 RPG 장르의 경우 나름의 독특한 장점을 살려 e스포츠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워'는 전략성이 강조된 턴제 RRP로 미리 전략을 설계하고 1대1 수 싸움을 겨룬다는 점에서 경기 관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서머너즈워'는 육성과 수집에 집중된 다른 RPG 게임과 달리 전략이 강조된 RPG로, 경기에선 몬스터(캐릭터)의 속성이나 스킬, 룬, 픽밴(선택 및 금지) 시스템 등을 활용해 보는 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컴투스 관계자는 "서머너즈워 e스포츠의 매력은 섬세한 조작보다는 바둑이나 장기처럼 전략 싸움에 있다"라며 "RPG도 두뇌 플레이 같은 재미를 잘 살려낸다면 e스포츠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오랜 고민과 전략을 가지고 한 차례씩 플레이 하는 만큼 경기를 지켜보는 관객에게 고도의 몰입감을 제공한다"며 "경기 중 의외의 몬스터나 조합이 승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이런 의외성과 역전의 묘미도 관전의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 대표 FPS '탄: 끝없는 전장' 포스터. <스마일게이트 제공>

◇FPS, 실시간 컨트롤 지켜보는 재미…관전 시스템 개선이 숙제

RPG 장르가 전략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관전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면 1인칭 슈팅 게임(FPS)은 전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FPS(First-person shooter)는 플레이어의 시점, 즉 내가 사물을 보는 시점과 같은 화면에서 무기나 도구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슈팅게임이다. 게임 속 캐릭터의 시점과 플레이어의 시점이 동일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3D 방식으로 제작되며 다른 게임에 비해 높은 사실감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FPS 관전의 핵심은 순간의 찰나에 벌어지는 플레이어의 실시간 컨트롤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선수가 화려한 플레이로 상대 선수 두명 이상을 제압하는 광경을 본 관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단 FPS의 단점은 경기 흐름이 너무 빨라 보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데 있다. 게임 특성상 경기의 호흡이 빠르고 e스포츠 경기 진행 시 프로 게이머의 시각에서 중계 화면을 보여주다 보니 전반적인 경기 진행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스마일게이트의 FPS '탄: 끝없는 전장'의 경우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관전 시스템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FPS의 경우 경기의 빠른 전개로 긴장감과 속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다만 일반 유저의 경우 1인칭 카메라의 잦은 이동으로 경기상황을 파악하는데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의 경우 팀별 복장에 확연한 차이를 둬 피아 식별을 용이하게 했고 항공뷰(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시점) 시스템을 도입해 관전자들이 보다 쉽게 게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며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앞으로도 관련 사항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