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 e스포츠가 지배한다 上] PC·온라인 넘어 이제는 모바일로

e스포츠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1000명의 관중들. <뉴스1>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전북 완주군의 한 게임특성화고에 재학중인 김군(17)은 최근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e스포츠를 전공으로 택했다는 김군은 "학교를 말할 때마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실제로 학교 생활 대부분이 연습시간"이라며 "방과 후에도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지만 이를 부끄럽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SKT T1팀이 최초로 '리그오브레전드'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을 때의 환호성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어떤 분야든 최고가 되면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게임 폐인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들처럼 '선수'로 대우받고 싶다"고 희망했다.

e스포츠가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스포츠로 각광 받고 있다.

한 때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와 PC방이나 인터넷 게임 등의 좋지 않은 이미지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e스포츠. 그러나 이제는 당당한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인식되면서 젊은 층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이 e스포츠 반열에 오른 것은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중계되고 프로게이머가 직업으로 등장한 2001년부터다. 이후 스타크래프트 'Boxer' 임요환, 'Flash' 이영호, 리그오레전드 'Faker' 이상혁 등 수많은 인기 프로 e스포츠 선수들이 배출되면서 한국의 e스포츠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빠른 인터넷 속도와 보편화된 PC방 시설들은 뛰어난 기량의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설립된 뒤로는 프로 팀 운영, 선수 관리, 리그 개최 등 e스포츠 시스템이 더욱 체계화 돼고 있는 추세다.

해외 전문 조사기관 NewZoo는 2020년에 e스포츠 시장이 15억달러, 한화로 약 1조7000억원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실시한 e스포츠 실태조사에선 시장 규모를 2016년 기준 1조481억원으로 추정했다.

국내와 해외 모두 e스포츠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같았다. 지난해 한 게임 리그의 세계대회 결승전은 18개 언어로 생중계되면서 전 세계 4300만명이 지켜보기도 했다. 미국 프로농구나 프로야구 결승전만큼이나 열기가 뜨거웠던 셈이다.

한국 e스포츠는 이제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다. 국내 리그에서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e스포츠는 주목받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OGN e스타디움 기가아레나에서 넷마블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의 공식 e스포츠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 제공>

PC·온라인게임 이어 모바일 e스포츠 시장도 열린다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의 전유물로 여겨진 e스포츠가 이제는 모바일게임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모바일게임이 업계 주류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모바일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 e스포츠와 달리 게임 수명 주기가 짧고 이용자 충성도가 약하다는 특성이 강하다. 이때문에 e스포츠 운영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2014년초까지만 해도 모바일 e스포츠는 업계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히 정교한 조작의 불편함, 하드웨어 성능 제약 등이 모바일 e스포츠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일부 업체에서 홍보를 위한 1회성 대회를 개최할뿐 모바일 e스포츠의 대중화를 꾀하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바일 e스포츠 시장이 업계의 주목을 받게된 대표적인 이유는 온라인 기반의 e스포츠와 비교해 더욱 높은 마케팅효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보급율이 PC 보급율을 뛰어넘으면서 모바일게임 유저들이 크게 늘어났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몇년새 모바일게임 대전 콘텐츠도 온라인게임 못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서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단말기가 PC보다 많이 보급된 점을 고려할 때 모바일 e스포츠리그가 활성화될 경우 예상되는 마케팅 효과는 기존 e스포츠 시장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에는 기획 초기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모바일게임들이 한국, 중국, 일본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며 "온라인 게임의 장르가 다양해지고 미세한 컨트롤을 위해 게임사 자체 엔진이 개발되는 등 기존의 모바일게임 한계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을 e스포츠로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e스포츠는 직접 게임을 하는 것 만큼 시청자에게 보는 재미를 제공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모바일게임 업체는 단기간에 매출을 창출해야하는 부담이 있기에 시청에 따른 재미보다는 게임 이용에 따른 재미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바일 e스포츠가 활성화되려면 온라인 게임에서와 같은 미세한 조작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개발단계부터 e스포츠를 염두해 두게는 시간적·금전적 한계가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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