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뒤집어 보기]'비정규직 제로'㉻-"'자발적 계약직' 많은 업계 특성 반영해야"

22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3.1원 내린 1140.9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일자리 창출의 핵심 정책 중 하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을 연내에 전원 정규직을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에 증권사들은 울상이다. 다른 금융권과 달리 증권업계는 전문적인 업무를 하는 고액 전문 계약직이 대부분이라 업계 특성상 일괄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10대 증권사의 대부분 비정규직 비율은 20~30%대에 달한다.

1분기 기준 비정규직 비율은 미래에셋대우 15%(738명), NH투자증권 20%(552명), KB증권 24%(630명), 한국투자증권 25%(591명), 신한금융투자 18%(417명), 하나금융투자 34%(530명), 대신증권 20%(311명), 키움증권 31%(184명)에 달한다.  

증권사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놓고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자산운용사의 리서치센터나 증권사의 개인영업(리테일), 법인영업(홀세일), 투자은행(IB) 등의 전문가들이 성과를 올린만큼 연봉을 받길 원하는 '자발적 계약직'도 많다고 주장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업무 특성상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IB 전문가, 주식·채권 운용 전문가 등의 인력이 필요하다"며 "증권사 업무는 은행, 보험 분야와 달리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전문성으로 성과를 내고 이에 따른 보상을 받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자신의 능력에 따라 회사를 옮길 수 계약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마 '자발적 비정규직' 비중이 80% 가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제로'는 업계 성격과 맞지 않는 만큼 성과를 중요시하는 업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증권 시장이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증권사들이 막대한 비용발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 정책에 맞춰 정규직 전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의 주요 이슈는 동일직급 동일업무에 대해 임금 차이가 나는 게 핵심"이라며 "하지만 증권업은 비정규직이라도 성과에 따라 고액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아 똑같이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권사의 경우 비정규직 채용은 정리를 쉽게 하거나 계약을 연장시키지 않기 위한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며 "업종, 업무별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정규직 비율 달성 같은 숫자를 강조할 경우 오히려 경쟁력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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